연극은 내운명 - 박지원(영문ㆍ03학번)동문

 “사진요? 클클(특유의 웃음소리), 준비는 하나도 안됐지만~ 상반신만 찍어주세요!”. 눈빛이 맑고 상냥하고 털털하다. 사진촬영을 요구하면 성별불문, 인터뷰보다 사진촬영이 더 걱정이어서 연신 거울만 보는 다른 취재원과 다르다. 오히려 털털한 모습이 더 특별해 보일 정도.
 2009 윈터페스티발*에서 연극 ‘우리읍내(원작 쏜톤 와일더)’의 무대감독을 연기한 박지원(27) 씨. 2003년 영문과에 입학해, 2008년 코스모스 졸업장을 딴 새내기 동문이다.


 운명처럼 다가온 연극
 영문학을 전공한 박지원 씨가 연극무대에 오른 것은 우연 같은 운명이었다. 2007년 영문학과의 ‘셰익스피어’라는 전공수업을 듣게 됐는데 수업 중 ‘햄릿’을 연극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 시작은 단지 수업의 일환이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잘 하지는 못했단다. 그러나 당시 수업을 지도한 영문과 박영원 교수는 그녀를 특별한 제자로 기억하고 있다.
 “그때 지원이가 햄릿 엄마 역할을 했어요. 처음 연기를 하는데 연기력이 정말 좋아서 수업에서 단연 돋보였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원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MT나 공연 때 다른 사람들을 지극히 챙겨요. 후배들에게 큰언니가 아니라 엄마같은 존재죠”.
 햄릿 이후로 박영원 교수와 인연은 계속됐다. 박교수가 10월 인문주간에 올릴 연극을 고민하던 중 지원 씨를 기억해 낸 것이다. 그때 지원 씨는 8월 졸업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미 연극의 매력에 빠진 상태였고, 연극에 참여하기로 했다.
 박 씨의 결정에 부모님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단다. 어릴 적부터 늘 믿음직스러웠던 장녀의 선택은 갑작스러웠다. 지원 씨의 표현대로라면 아마 가슴이 ‘두둥’하셨을 거란다. 그러나 박씨의 무대를 지켜본 부모님은 언어적으로는 완전한 허락을 하지 않았지만 비언어적으로는 지지를 하고 있는 상태다.
 인문주간 때 올린 ‘우리읍내’가 호응이 좋자, 연극은 윈터페스티발 무대에도 오를 수 있었다. 그녀는 무대에 오를수록 관객과 호흡하고 즉각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연극의 매력에 빠져 현재는‘연극 기획자’란 도전을 준비하는 중이다.

 새내기들아! 시간을 음미하면서
 연극 ‘우리읍내’가 지원 씨에게 준 가르침은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리읍내의 주인공인 ‘에밀리’의 마지막 대사를 정말 좋아해요. ‘안녕. 우리읍내, 엄마, 아빠, 째깍거리는 시계도, 맛있는 음식도, 잠자고 깨는 것도, 살면서 자기 인생을 깨닫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라는 대사인데 우리 모두 생각해 볼만한 대사에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매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쉽게 지나치는 행복한 시간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늘 고마워해야 해요”.
 박지원 씨가 새내기들에게 보내는 또 하나의 Tip은 ‘필요한 순간 스스로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2007년 학교를 휴학하고 1년 동안 미시간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영어공부가 연수의 목적이었지만 그것보다 크게 배운 것은 ‘스스로를 버리기’다.
 “미국에 다녀오기 전에 저는 소심했어요. 그런데 소심한 성격으로는 미국에서 많이 못 얻어 오겠더라고요. 창피함 때문에 길을 못 물어본다든지,외국인들과 대화를 잘 못 한다든지. 소심해서 행동하지 못하면 손해 보는 게 많아요. 연극할 때도 느낀 건데 나 자신을 버리지 못하면 무대 위에서 너무 부끄럽거든요. 새내기들이 필요한 순간 스스로를 버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에서 ‘사람 좋아한다’는 표현을 알기 쉽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3 때 반장했다’면 충분할까? 박지원 씨는 고3 때 반장한 여자다. 입시준비 때문에 모두 기피하는 고3 반장을 자처한 이유를 묻자 “그놈의 오지랖”이라며 웃는다. 박영원 교수는 박지원 씨를 “열심히 한다면 모두에게 사랑 받을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도전에 머뭇거리지 않는 박지원.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예소영 기자 
 langue-langue@cnu.ac.kr
 사진 문수영 가자
 symun@cnu.ac.kr

 
 *윈터페스티벌(Winter Festival)
 대전지역 아마추어 예술단체의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주최하는 축제. 올해에는 우리학교 영문과 연극팀이 ‘우리읍내’를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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