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시뮬레이션게임'

  당신이 즐기고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현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건물이 부서지고 많은 사람들은 끔찍하게 죽어 나뒹굴고 귀중한 재산이 한낱 잿더미로 변했다고 상상해보자.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웃어넘기겠는가? 어쩜 현실감있어 더욱 재미있을거라 한술 더 뜰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 가상현실속의 표적이 한반도라면, 그리고 그 게임이 진지하게 검토된 전쟁 시나리오였다면 웃음이 곧 치떨리는 두려움으로, 분노로 변할 것이다.
  얼마전 워싱턴 포스트지에 미국이 준비한 한반도 핵전쟁에 관한 기사가 실려 주목을 끌었다.
  북한 핵위기가 고조되던 여름, 컴퓨터로 제조한 북한 핵시설 이미지를 선제 공격하는 시뮬레이션이 페리 국방장관과 고위장성들이 모인 가운데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또 지난 가을에는 김정일의 화학전에 맞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였다니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핵보유를 막기 위해 핵무기로 저지한다?
  한 나라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가상게임이 소위 우방이라는 '미국'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말이다.
  만약 예상밖의 지역에 핵시설이 있었고 미국의 공격이 흔히 말하듯 곁다리를 긁는 격이 되었다면 아니, 핵시설이 지하에라도 있을라친다면 확실하게 핵무기라도 사용하겠다는 심사인지 따져 묻고 싶다.
  가진자의 만용이라고 혹은 오만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정말 '통큰'계획이 아닌가 싶다.
  방사능 물질의 피해를 비롯한 온갖 핵 위험을 누구보다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그들이 핵투명성을 보장받기 위해 한국 국민을 단두대에 올리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 기간 한국 정부는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그저 손가락만 빨며 자리찾기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혹은 강국의 이해속에 아첨하며 직간접적으로 한반도의 북쪽을 핵무기 투척장으로 내몰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다시 한국형 경수로에 대한 논의가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민족공영에 기반하지 않고 서로의 자존심 싸움으로 핏대를 세우고 있을때 또다른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메리카땅 어디메쯤에서 실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지구를 지킨다는 독수리 5형제가 그러하듯 '인류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알량한 '정의'를 들먹이는 우리의 우방(?)이라는 미국이 한반도를 향해 총구를 들이댄다면 이 가상현실을 과연 누가 '가상' 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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