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놓고 보자'식 교육개혁-충분한 연구, 의견수렴등의 사전 검토 미흡

  대학가에 거센 바람이 일고 있다.
  3학기제, 4학기제, 로스쿨 설치, 계열화, 학과 통ㆍ폐합 등등···. 이렇게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개혁'의 거센 바람은 우리 학교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우리학교는 지난 2월 27일 오후 긴급 학무회의를 개최, 전문대학 원장직을 현재 각 대학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대로 관련 대학장이 겸임하도록 하였으며 이에 맞춰 지난 3월 1일자로 경영대학원장, 행정대학원장, 산업대학원장, 일반대학원, 교무과장 및 학생과장 등등 총 33개에 이르는 보직이 폐지되었다. 또한, 정부의 조직 축소방침에 부응하여 1단계로 단과대학 수준의 학과통합, 보직축소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2단계로 대학본부 조직개편및 일반직 공무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개편단행에 맞춰 꿈틀거리고 있는 대학의 개혁바람 핵심은 '계열화'로 이어지고 있다.
  '계열화'란 학과별로 연관성이 있는 학과를 통합해 학과 중심에제에서 학부중심제로 변화한다는 계혁안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도에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대학에서 계열별 학부제를 실시한 적이 있다. '학부제'란 입학생을 학과를 정하지 않고 선발하였다가 2, 3학년이 되어 세분화된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우리학교도 이에 맞춰 80년대 이전에는 경상대, 공과대, 법과대등이 '계열화'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80년대 이후 신임교수들의 전공 세분화와 학과 이기주의에 의해 계열화는 폐지되어 학과 중심제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과 세분화가 실시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금 학과통합을 통한 계열화의 움직임이 거세다.
  우리학교는 지난 학기 국책대학으로 선정되면서 금속공ㆍ재료공ㆍ섬유공ㆍ정밀공업화학ㆍ화학공ㆍ고분자공학과의 6개 학과를 통합해 신소재 공학계열을 신설하였다.
  이러한 학과 통합은 우수한 학생 유치, 적성에 맞는 학과선택, 공공기기및 과사무실의 통합 등을 통한 재정축소 등의 긍정적인 평가로 보여지고 있다. 국책대학 실장으로 있는 유승곤(정밀공업화학ㆍ교수)교수는 "학과통합을 통해1, 2학년때에 여러가지 교육을 받은 후 3, 4학년때에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면서 "학과 통합으로 불필요한 행정과 재정도 절약되어 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학과 통합은 국책대학 선정과 교육정책에 맞춰 사전의 연구나 조사없이 급하게 이루어진 개혁안이다. 좀더 자세히 보면 이번에 통합된 정밀공업화학과와 고분자공학과는 80년대 후반에 화학공학과에서 세분화된 학과이다. 이처럼 학과중심제로 세분화된지 얼마되지 않은 3개과가 또다른 3개과와 함께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가운데 일단 '하고 보자'식으로 급하게 통합이 되었다. 즉 학생들에게 통보식이었던 공과대 일부과의 학과통합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복학생의 경우 필수과목(전공)대체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즉 학과통합 이전 1, 2학년이었던 학생이 군대에 갔다왔을때에 현재의 신소재공학계열에 속해 6개 학과의 공통적인 교육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이전의 학과 중심의 교육과정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 공과대 교무계장은 "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검토없이 진행된 통합이기 때문에 복학생의 문제는 미리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다"면서 "현재 대책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과대 행정관계자에 따르면 "어차피 3, 4학년이 되면 그들을 위한 학과장이 필요하므로 실제적으로 재정적, 행정적 측면의 축소는 어렵다"고 말해 공과대 일부과의 학과통합이 개정 당시의 장점과는 달리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음이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외에도 장봉준(고분자공ㆍ4)군은 "학과 선ㆍ후배간의 결속력이나 유대관계가 많이 줄었다"고 말해 학과통합이 인간중심적인 개혁이 아닌 취업인 양성을 위한 개혁인 것으로 보여지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3학년이 되어 학과를 지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인기 학과나 인기 교수에게 몰리게 되는 문제점과 학생자치활동 축소를 통한 학생활동 제한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80년대의 학과이기주의와 교수이기주의가 만들어낸 학과 세분화 이후 지나친 세분화를 이유로 충분한 검토와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가운데 다시금 학과를 통합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학생을 실험을 위한 '희생양'으로 규정지어 버리는 것이다.
  교육을 백년대계라 한다. 세계화, 국제화를 내세워 대학자율화 조치 이후 번지고 있는 '개혁'의 바람. 어느순간 소비자 주권논리가 적용되어 학생을 소비자로 규정짓는 이러한 교육개혁은 시정되어야 하며 '해놓고 보자'식의 교육은 고쳐져야 한다.
  아직도 계열화 등의 교육개혁의 불길은 번져만 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민주적 절차에 의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 이상 학생들이 정부나 교육기관에 의해 만들어진 정책을 받아들이는 조연의 역할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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