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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가을의 전설수려한 경관위에 펼쳐진 휴먼드라마
문화 | 승인 1995.04.17 00:00|(743호)

  서부시대의 끝 무렵인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가을의 전설'은 한 편의 소설을 읽어가는 것처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관객은 그저 가만히 앉아 한 가족의 애증과 몰락, 그리고 화해의 역사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미국영화에서 그려지는 소수민족(특히 인디언)에 대한 시각과 스타시스템을 멋들어지게 포장하는 헐리우드의 상업적 습성 정도일 것이다. 하기야 스타시스템을 배제한 영화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치뤄야 하는 통과의례에 편두통처럼 뻐근함을 느낄 뿐이다.
  먼저 '가을의 전설'에서 그리는 인디언의 모습을 살펴보자.
  오스카를 휩쓸어버린 '늑대와 춤을'이후 헐리우드는 인디언을 더 이상 그들의 단순한 놀이감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인디언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은 의무감처럼 인디언에게 관대한 화해의 제스쳐를 보낸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잘못된 인디언정책에 반발하여 퇴역군인 러드로우 대령(안소니 홉킨스)의 인물설정이 그렇고 대령이 데리고 있는 인디언 '한 번 찌르기(고든 투투시스)'에게 인디언 정신을 승계받는 둘째아들 트리스탄(브래드 피트)의 캐릭터가 그렇다. 또한 영화 전반부에서 인디언에게 맥주팔기를 거부하는 술집주인을 트리스탄이 두들겨 패는 장면은 마치 인디언을 위해 백인이 다른 백인을 처단하는 반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단호한 응징처럼 보인다. 그래서 감독은 젊은 성봉장 브래드 피트에게 인디언 정신을 계승한 백인 영웅의 칭호를 부여해주고 '한번 찌르기'에게는 영웅의 '전설'을 회상하는 나레이터 역할을 인심쓰고 있다. 그러나 극 중에서의 인디언은 주요 배역 주위에서 소극적으로 맴도는 미운오리새끼같은 불편한 존재로만 보여진다. 하지만 인디언에 대한 시각은 과거영화에 비해 월등히 향상되었다고 치고 넘어가자.
  '가을의 전설'은 뭐니뭐니해도 브래드 피트의 영화다. 에드워드 즈윅은 대령의 삼형제와 그들의 운명에 깊숙히 관여하는 여인 스잔나(줄리아 오먼드)의 기구한 인생유전을 특히 둘째아들인 트리스탄에게 초점을 맞추어 전개시키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유분방한 존재인 트리스탄을 좋아하고 의지하면 다소 안하무인적인 그의 행동에도 이상스러우리만치 관대하다. 단지 첫째아들인 알프레드(에이든 퀸)만이 형제의 사랑싸움에 끼어든 스잔나를 놓고 트리스탄과 대립할 뿐이다. 등장인물 뿐 아니라 관객마저도 트리스탄을 조아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어릴적 인디언과 함께 자란 곰과 싸우다 피를 나눠 곰과 하나가 된다는 야성적 본능의 기원에 대한 신비스런 이야기라든지, 1차세계대전의 포화속에서 막내인 새뮤얼(헨리 토머스)이 바로 눈 앞에서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후부터 막내를 지키지 못한 심한 자학과 죄책감으로 번민하는 모습, 또한 사랑하는 스잔나와 맺어질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편파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트리스탄에 대한 감독의 의도는 브래드 피트의 야성미와 감성적 이미지에 딱 맞아 떨어진다. 짐 해리슨의 소설을 각색함에 있어서도 '가을의 전설'과 여러모로 공통요소를 갖고 있는 영화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흐르는 강물처럼'이 무척 신경쓰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영화를 브래드 피트를 위해 만들어 놓은듯하며 그 또한 감독을 실망시키지 않는 충실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의 연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동생의 무덤가에서 흐느껴 우는 장면이다. 동생의 연인이었던 스잔나가 다가오자 우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브래드 피트의 표정연기는 정말 일품이었다. 그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워 객석 한 구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내면적 연기가 돋보였던 장면으로 기억된다.
  '가을의 전설'은 로맨스, 액션, 서스펜스, 불륜, 스펙터클, 가족애 등 흥행에 직결되는 내용적 요소와 미국기병대, 1차세계대전, 금주법, 대공황등 미국 근대사의 여러 시대적 배경들이 서로 맞물려져서 복잡하게 돌아간다. 에드워드 즈윅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탓인지는 몰라도 TV드라마를 만들던 버릇대로 시나리오를 매끄럽게 다듬지 못하고 장황하게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있다.
  그래서 조금 지루하거나 앞뒤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생각되는 부분에는 거의 제임스 호너의 음악으로 덧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존툴의 촬영은 매우 매끄럽다. 아름다운 몬타나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듯하다.
  결과적으로 수려한 경관과 대서사시적 휴먼드라마를 자랑하는 '가을의 전설'은 고전적 서부극의 바탕에 자연과 융화하는 동양적 감성을 차용해 그려낸 브래드 피트라는 헐리우드의 또 다른 영웅 등극의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가을의 전설'은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명우 안소니 홉킨스외에 헐리우드의 신성 브래드 피트, 그 뒤를 탄탄히 받쳐주는 에이든 퀸의 발군의 성격연기를 눈여겨 볼 만하다. 또한 'E.T'에서 외계인과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던 꼬마 헨리토머스의 장성한 모습을 보는 것도 퍽 흥미롭다.

 임진석(경제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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