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보다 ‘인간평등’이 우선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에 있어서의 남녀의 평등한 기회및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남녀 고용평등법이 시행된지 6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고용 기회와 대우에 있어서 여성들이 갖가지 제약이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94년 5월25일 여성민우회와 전교조를 비롯한 단체, 시민들은 여사원 채용시 키와 몸무게, 용모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을 제한한 44개 대기업을 남녀고용평등법 제6조(모집 채용상의 차별금지), 헌법 제11조1항(국민의 평등권 보장), 헌법 제32조4항(근로의 권리 보장) 위반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측은 비교 대상인 남성과 여성이 있어서 여성을 남성과 다르게 대우한다면 ‘남녀 차별’이지만 여성만을 채용하는 분야에 여성들에게 용모 조건을 부가한 행위는 '여여 차별'이므로 남녀간의 차별을 막기위해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혐의로 처리했다. 검찰의 이러한 논리는 많은 조건에서 남녀차별을 인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남녀 고용평등법은 업무, 배치, 승진에서의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개인의 능력과 자질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근거하여 여성에게 남성보다 불리한 조건이나 남성에게는 요구되지 않는 신체상의 조건을 여성에게 가하여 입사 기회를 축소시키는 것, 여성에 있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임에 분명하다.
  남녀차별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논란끝에 95년4월13일 국회 노동환경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원회에서는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 채용함에 있어서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신체적 조건, 미혼조건등 기타 노동부에서 정하지 않은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남녀고용평등법에 부가되었다. 그러나 법개정안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기업의 용모제한 관행에 대해 어쩔 수 없는 풍토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 기업은 노골적으로 추천의뢰서에 용모 제한을 명시하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근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노련하게 여사원 채용시 용모를 제한할 것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풍토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능력보다는 외모 중심으로 여성을 판단하고 차별하는 사회전반의 인식부터 변화해야 할 것이다.

 김난희<대전충남여민회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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