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한총련 출범식

  지난 4일부터 2박3일동안 대구 경북대에서 제3기 한국대학 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출범식이 열렸다.
  출범식이 열리기 직전에 발생되었던 대구 가스폭발참사로 인해, 참가 학생들은 검은 리본을 달고 부상자들을 위한 헌혈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 기간 동안의 학생들의 애도 모습만큼, 올해 한총련 출범식에서 돋보였던 부분은 출범식 자체의 변화된 내용과 형식이었다.
  그 동안 출범식이 그 시기 투쟁방향을 공유하고 정치적 구호를 합의하는 선전선동에 중심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대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시대인식을 공유하고 대학생의 삶에 대하여 고민을 나누며 초보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장으로 기획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 이번 출범식을 준비한 한총련 관계자의 말이다.
  이러한 한총련 출범식의 변화는 둘째날 경북대 곳곳에서 진행된 '백만청춘의 열린마당'과 '부문계열 한마당'에서 잘 엿볼 수 있었다. 5일 오전에 열린 '백만청춘의 열린 마당'에서는 역사, 철학, 노동운동, 교육, 여성, 영화, 대학문화 등 27개에 이르는 강좌가 진행되어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했다. 또한 오후에 진행된 '부문계열 한마당'에서는 풍물패, 노래패, 춤패, 동아리, 언론등 부문계열과 환경공학과, 영어과, 사학과, 의예과 등 30여개의 학과들이 각각 모여 대학생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러한 모습들은 작년에 출범식 본행사가 진행되기전 각 지역총련이나 학교별로 정치적 사안들을 가지고 결의대회를 갖던 모습들과는 상당히 변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총련 정책위원장은 "그간 출범식에서는 학생들이 막연히 전체의 움직임에 따라다니게 되면서 자기자신의 대학생활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를 찾기가 힘들었다"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 스스로가 자기영역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해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며 이번 출범식의 변화를 설명했다.
  또한 그간 출범식 공간이 투쟁선포의 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의 생활, 학문의 요구들을 직접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부문ㆍ계열 운동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출범식의 변화는 출범식장의 학내거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각 지역과 학교에서 준비한 대자보나 조형물로 각 거리와 광장들이 메워졌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과 선전거리, 부문계열거리, 대구경북지역 애국전통거리, 역사거리등 그간의 정치적이고, 투쟁지향적인 내용을 구호, 연설로만이 아닌 다양한 형식을 통해 표현하였고 반응또한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한총련 출범식에 3년동안 참여하고 있다는 김정훈(경기대ㆍ교통공학ㆍ3)군 역시 "올해 출범식이 가장 체계적인 흐름이 있는 것 같고 최고로 많은 학우들이 참여한 것 같다"라며 대중화 되어가는 한총련의 모습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번 한총련 출범식은 많은 대학생들이 일시에 단일한 목표하에 결집하여 아름다운 대학생활에 대해 고민하는 장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도한 목표와 사업방향, 매끄럽지 않은 진행, 선언적 구호남발 등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번 제3기 한총련 출범식에서는 청년의 올바른 삶에 대한 가치관과 올바른 시대정신 구현을 위해 다양한 학우들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변화의 혁신'의 노력을 전야제와 출범식 등으로 강조하였다.
  우선 전야제에서 보여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주제의 문예공연은 각각의 주제별로 통일과 대학인들의 고민을 담아냈고 경북대학교 국악과 학생들의 환영공연은 학생들의 많은 호응을 받으며 '내가 준비하는 한총련 출범식'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영화 전태일 제작자와 주인공 역을 맡은 홍경인군의 참석에서 예전 출범식과 사뭇 다르다는 느낌과 함께 대중화를 위해 생활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출범식에서도 이런 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예전의 의장 옹립식을 의장 '추대식'으로 명칭 변경했던 점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대중화 실현의 노력과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탐구와 연구, 그리고 시대정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 제3기 한총련의 첫걸음은 지금까지의 한계를 인정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첫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대협에서 한총련 3기에 이르는 학생운동을 8년을 반성하여 90년대에 걸맞는 학생운동의 창출은 이런 관점과 함께, 출범식 장에서 민주, 민중단체와의 굳건한 연대와 자신의 삶을 구현하는 청년의 실천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준비되고 계획되어졌다.
  이제 나를 찾는 방법으로 나 이외의 것을 생각하는 공간으로의 출범식 변화는 다양한 평가 속에서 더 더욱 풍부한 한총련 4기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리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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