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름표를 달고 인생을 즐기는 이동규 교수

   도시에 상경한 경상도 할머니가 택시에 올랐다.
   운전기사 왈,
    “할머니, 어디 가시나요?”
   이에 할머니는 답한다.
    “나 경상대 가시나다. 니는 어디 놈이고?”

 위 이야기는 얼마 전 회계학과 이동규 교수가 출간한 유머집 ‘일주일 만에 유머달인 되기’에 실린 내용이다. ‘웃기는 교수’로 언론에 주목을 받은 이 교수. 언론은 이 교수의 유머집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지만 유머는 그를 표현하는 수천 개 중 하나일 뿐! 유머달인에서 문인, 시민운동가, 체육인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팔방미인 이동규 교수를 만나보자.

 


 지인의 축하 속에 열린 출판기념회

 지난 6일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이 교수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그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여러 시민단체 회원들과 문학인들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리학교 교수들의 참여 또한 줄을 이었다. 독문과 안문영 교수는 출판기념회를 축하하며 “7년 전 이 교수가 시집을 출간한 후 기념회를 열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의장 안정선 씨는 “이 교수는 보라색 재킷을 입고 아이스크림 모자를 쓰고 강단 위에 등장하신다”며 “자유로운 복장과 더불어 나비넥타이도 멋진 사람”이라고 이 교수를 평한다. 

 수줍음이 많던 소년에서 유머 달인으로
 연구실에서 다시 만난 이 교수는 “유머집은 사실 시집이나 산문집이 잘 팔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부록으로 내놓았는데 오히려 다른 책보다 유머집이 잘 팔린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학창시절 주위에서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도망가 버리는 수줍음이 많은 전형적인 ‘A형 소년’이었다. 그는 이를 극복해내기 위해서 25년 동안 배워 실생활에서 응용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 결과 그는 여러 사람 앞에서도 여유있게 사람들을 웃길 줄 아는 교수가 되었다. 학생들 사이에서의 인기비결을 묻자 그는 “전공인 회계가 어려우니까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업에 유머를 접목시켰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전공 외에 그는 경영대학원에서 ‘유머 경영’을 강의를 하고 있다. 다음 2학기에는 평생교육원에서도 이 과목을 강의할 계획이다. 그는 “‘유머 경영’은 경영의 최고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유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집을 낸 회계학자 보셨나요?
 이 교수는 지난 2000년 한맥 문학에 시 부문으로 등단을 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2002년도와 2004년도에 각각 시집 ‘몸이 말을 하네’와 ‘몸이 말을 듣네’를 출판한 데 이어 지난 해 시집 ‘몸에 박힌 말’을 내놓았다. 그는 “이 시집은 4년간에 걸쳐 지은 108편의 시를 실은 작품”이라며 “시집 제목이기도 한 ‘몸에 박힌 말’은 자식 사랑이 담긴 어머니의 한결같은 말씀을 깨달아 지은 시”라고 설명했다. 문학총연합회 김용재 회장은 “이 교수가 지은 시 ‘몸에 박힌 말’은 어머니의 사랑과 자식의 효도가 잘 표현됐고 토속적인 정서가 잘 드러났다”고 평한다.

 또 다른 그의 열정, 테니스
 이 교수의 연구실을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건 차례로 놓여있는 트로피이다. 이 트로피들은 이 교수가 전국교수테니스대회 개인전 3회 우승과 단체전 4회 우승으로 얻은 성과물이다. 이것들은 그가 35년 동안 테니스를 꾸준히 연습한 결과. ‘테니스가 미치도록 좋은 교수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담은 운동 동호회 ‘테미교’에서 그는 ‘교주’라 불리고 있다. 다른 운동도 아닌 테니스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축구, 배구, 농구에서 선수로 뛴 적도 있지만 단시간에 간단하게 익힐 수 있는 건 테니스였다”고 한다.

 쉼표가 없는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
 그는 시를 사랑하는 문인이고 테니스를 사랑하는 체육인인 한편 학문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한 학자다. 그는 대한회계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10년 동안 회계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비영리 회계분야의 전문가다. 전국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감사를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관련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그는 ‘테니스를 쳐야 할 시간이 다 됐다’며 재촉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자신이 맡은 모든 일에 열정을 쏟는 이 교수의 모습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팔방미인 이동규 교수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홍지영 기자
 hongjiyou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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