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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출범식에 다녀와서마당극중심, 부문계열행사 강화된 축제
문화 | 승인 1995.05.15 00:00|(744호)

  "지금 정차하는 역은 대구역, 대구역···"
  8시에 출발한 경부선 기차는 9시 50분이 다 되어서야 우리를 대구역에 내려놓았다. 학내 작업을 마저 마치고 후발대로 뒤처진 우리는 늦게서야 대구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되도록이면 빨리 본대와의 합류를 바라며 우리는 부산히 대구역을 빠져나갔다.
  그순간··· 역주위에는 적어도 내눈에는 새끼 악마로 보이는 전경과 그 새끼 악마의 보모차가 포진하고 있었다. 우린 본능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며 이빨을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그만두자. 너희들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 꽃 같은 청춘 24개월 동안 머리는 텅빈 허수아비가 되게하고 진정한 용기가 필요할 때 그용기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겁장이 사자가 되게끔 강요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가슴아플 따름이고 너희를 그렇게 길들이는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가증스러울뿐인 걸.
  "출범식을 사수하시느라 전국에서 오신 백만학우 여러분 환영합니다."
  경북대 전역은 플랭카드의 물결이었다. 새삼 출범식을 준비하느라 수고한 경북대 학우들의 땀과 정성을 확인하곤 고마움과 대견함에 머리가 숙여졌다.
  충남대가 묵는 숙소에 짐을 부려놓고 전야제가 열리고 있는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음마,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 것이여?"
  이런 출범식에는 처음 참가하는 후배 경이의 놀라움은 당연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라. 금산 촌뜨기가 언제 5만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을 감히 볼 기회가 있기나 했겠는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충남대 본대와 합류해 본격적으로 전야제 행사를 관람하였다.
  이번 출범식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쏟아부었는가는 무대구조에서도 잘 나타나있었다. 예전에는 스텐드에 단상을 마련하여 획일적이고 단선적인 시각을 요구한 반면 올해는 운동장에 원형의 무대를 만들어 입체적이면서도 확뜨인 공간을 창출했던 것이다. 무대극에서 마당극으로의 변모라면 적당한 표현이 될 수 있을까.
  여러가지 행사내용이 있었지만(이번에 제작되는 영화 전태일의 타이틀 롤인 전태일 역을 맡은 홍경인도 출연했고 진관스님도 오셔서 특유의 과격성(?)을 보여주셨다) 단연 압도적이었던 것은 부산지역 가극단인 희망새의 공연이었다. 작년에 공안정국에 의해 대표자와 여러단원들이 구속되어 수난을 겪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사람들로 재충전, 놀라우면서도 세련된 공연을 창출하여 5만의 청춘을 사로잡았다. 이제서야 고백하는 것이지만 이북창법을 기발하게 구사하는 여성 단원에게 남 모르는 연모의 정을 품기도 하였는데 이는 나만의 문제는 아닐 성 싶다.
  그렇게 진행된 전야제는 새벽 4시가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되고 각대학별로 숙소로 돌아와 간단한 평가와 결의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 시간은 5시였다.
  다음날은 부문계열별 모임과 그와 연관된 행사가 진행되었다. 학생회단위가 뼈대라면 부문계열별 모임은 혈관이며 신경인 것이다. 그간 한총련에 있어 제기되어졌던 경직성과 정체성은 바로 이 혈관과 신경인 부문계열별 모임의 상대적 열악성으로 야기된 문제인 바, 올해 제3기  한총련은 막힌 혈관과 경색되어진 신경에 신선한 산소공급을 통해 보다 완성되어지는 모습으로의 성숙함을 보여주려고 각고의 분투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학교도 보다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위해서는 이런 부문계열별 모임에 대한 연구와 대안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되어진 부문계열별 모임을 거두고 8시부터 본격적인 출범식을 거행하였다. 출범식을 축하하기 위해 먼곳에서 달려오신 각 재야단체의 어르신들과 먼저 가신 열사를 대신해 참석하신 부모님들. 그 자리는 단순히 백만청년들만의 축제의 장이 아닌 이땅의 자주·민주·통일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의 축제의 장이었던 것이다. 잠시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후배 하나가 집에 전화를 건다고 해서 같이 행사장을 나와 유가협 어머니들이 장사하는 곳을 지나가는데 저만치서 두루마기를 걸친 강경대 열사의 아버님인 강민조씨가 몇명분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강경대 열사가 살아있었다면 올해 2월달에 졸업을 했겠지. 아버님은 막걸리를 마시며 아들또래의 학생들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계실까. 갑자기 컬컬한 막걸리 한사발이 생각났다.
  이윽고 각 지역 총련 의장들이 소개와 인사가 있었고 어느덧 5만의 학우들은 서로가 경쟁상대가 되었다. 자기 지역의장이 나올떄마다 타지역에 뒤질세라 열렬한 함성과 박수로 갑자기 좁아진 운동장은 떠나갈듯이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1995명의 새내기 문예단의 옹립무를 받으며 한총련 의장님의 옹립식과 출범식 선언문이 낭동되었다. 그분의 듬직한 어깨에 올 한해 한총련과 학생운동의 장래를 맡겨보자.
  어느덧 출범식이 정리되고 전날과 마찬가지로 새벽 5시에 잠시 눈을 붙이고 7시에 기상하여 빨치산의 후예처럼 머물렀던 흔적도 없이 숙소를 정리하고 사전결의대회를 치룬후 시민들을 만나러 시내로 가두행진을 벌였다. 하늘에서는 경찰헬기 2대가 털털거리며 감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시내 곳곳마다(곳곳이라고 해보았자 민자당사나 대구가스폭발사고의 언론은폐를 자행했던 방송사)전경들이 포진해있었다. 자기들도 무슨 잘못을 범했는지 잘알고 있는 듯.
  가두평화행진은 6시까지 진행되었고 대구 신천유원지에서 각 지역별로 정리집회를 갖고 2박3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대전으로 오는 버스안, 후배들은 결코 2박3일간의 일정이 만만하지는 않았던지 모두 곤한 잠에 빠져있다. 창밖으로 별하나 총총히 반짝인다.

 고상삼(국문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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