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영화제작자와 함께'에 참가하고

 지난 5일 한총련 출범식 둘째날에는 경북대학교 곳곳에서 다양한 부문계열 행사가 있었다. 그 중 하나로 전태일영화 제작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전태일영화 제작위원회 윤명선사무국장과 영화의 조감독이자 각본을 쓴 김윤영씨등이 참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에 문화부에서는 전태일영화의 전반적인 제작상황과 의의, 그리고 김윤영씨와의 인터뷰내용을 정리해서 싣고자 한다.

 <편집자주>

  '전태일'이라는 인물은 그가 죽은지 25년이 지난 지금 상당히 박제화되고 추상적, 관념적이 되어 9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그야말로 오래된 신화속의 한 인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인물이 영화화된다면 다시 우리들의 가슴속에 되살아날 수 있을까?
 영화 전태일은 고 문익환목사님이 생전에 그렇게도 만들기를 희망하셨던 작품이고, 천만 노동자의 바램이기도 했다. 11월 노동자대회때 비로소 이런 의지들이 하나로 집결돼 영화제작이 결정되었고, 지난 4월 10일에 촬영에 들어가 12월 말에는 대중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전태일은 '전태일'이라는 한 인물을 영우으로 만들기 위한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이 영화는 소수의 정치운동이 기층민과 함께하는 운동으로 전환되었던 75년을 축으로 해 학생운동의 중심에 섰던 한 지식인(문성근 분)이 전태일의 평전을 쓰며 전태일 열사(홍경인 분)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진다.
 이 영화의 화면은 현실은 칼라, 과거는 흑백으로 처리하는 기법으로 그려진다. 과거를 흑백처리함으로써 이 영화의 시대배경인 60년대 분위기를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었고, 또 과거의 화면중에서 전태일열사가 분신하는 부분이라든지 동지가 각혈하는 부분은 칼라처리해 강조점을 두기도했다.
 이 영화를 마틱로 박광수감독이 결정했을때 그를 아끼는 주의 사람들의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전태일'이라는 인물이 실제 생존했던 인물이고, 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모두 생존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비판이 있을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박광수감독은 그야말로 용기있는 결정을 한 것이다.
 '국민후원금'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이 영화는 이미 3천명 이상의 후원회원들이 모아졌고, 그 모금액도 2억원이 넘어 그야말로 '민중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전태일영화 제작위원회 사무국장 윤명선씨는 "아직까지도 15억이나 되는 제작비가 큰 산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다 큰 문제를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희망의 말을 하기도 했다. 현재 한총련 전 소속대학들이 영화제작산업에 들어왔고, 영화 개봉후에는 100만명 보기 결의대회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스텝이나 제작자들도 좀 더 노동자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배우 홍경인씨는 서울의 한 공장에서 미싱일을 직접 배우는 등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 또 흑백화면은 호주에 가서 작업해 후반 작업에 있어서의 기술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완성도면에서의 질도 높일 계획이다.
 영화 전태일은 한국영화의 소재의 폭을 넓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고 그동안 상업주의로만 치달았던 한국 영화계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박은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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