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고시

  컨닝페이퍼의 비애
  고등학교때 TV나 아는 사람을 통해 접해 본 대학시험은 컨닝을 밥 먹듯 아무런 죄책감없이 재미삼아 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험을 치뤄보니 그게 아니었다. 살벌한 경쟁과 무서운 교수님의 호통, 처음엔 너무 너무 놀랬었다.
  하지만 한 두번 시험을 치뤄보니 바로 이런게 진정한 대학 시험 문화라는걸 느꼈다. 신성한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남이 피땀흘려 얻은 지식을 배반하는 행위는 도둑질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시 시험에서 생긴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겠다.
  시험시작 직전에 친구 하나가 책상에다 열심히 컨닝 페이퍼를 적고 있었다. 내 옆에 있었기에 나도 보고 써야겠다고 은근히 기뻐했었다. 드디어 수시 시험시간이 됐고 교수님이 저벅저벅 걸어오셨다. 그 후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은 그 친구의 책상 줄을 비우고 내줄과 붙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친구와 나의 얼굴 표정은 하얗게 상기돼 버렸다. 그러나 더 기절 할 만할 일이 생겼다. 그 친구가 책상을 들고 옮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행이 교수님이 못 보셨기에 망정이지 보셨더라면 0점처리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시험이 끝난 후 그 친구가 달려와서 울상으로 하는 말로 이 글을 맺으려 한다. "야, 한문제도 안 나왔어!"
 
남  이한태 (경영ㆍ1)


  끝나지않은 '벼락치기' 시험공부
  시험없는 나라에서 살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국민학교 시절부터 쭉 해왔다. 그러나 경쟁자가 사라지지 않는한 시험이라는 괴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시험기간 마다 그 시험이 주는 정신적 압박을 견뎌내는 것은 마치 고문과도 같을 것이다. 내신성적이라는 큰 벽앞에서 중간ㆍ기말고사와 싸워왔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의 모습은 처절하기 짝이 없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벼락치기 습관을 나는 버리지 못했었다. 시험 전날 마다 수북히 쌓인 책들 앞에서 나는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편히 자는 것도 아니었다. 10분 간격으로 자다 깨다하며 부시시하게 밤을 지새웠던 기억은 지금도 날 몸서리치게 한다.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 와서, 첫 시험을 맞이한 나의 모습은 고등학교때 보다 더 심각했다. 나는 시험 바로 전날 벼락치기를 하면서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잘못한 점이 없는 듯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게 뻔뻔하게 시험을 보고 나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와 수업을 같이 듣는 선배들을 보면서 "얼마나 놀았길래"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럴수도 있지 뭐"라는 생각으로 바꿨다. 그리고 예습ㆍ복습을 철저히 하며 우등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대타를 쳐 주지 않은 친구를 막 째려보고 있다.

여  정고니(중문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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