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도서관 실태를 진단한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 끝에 4천8백73평에 달하며 하늘이 내다뵈는 유리창이 있는 5층 건물의 도서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렇게 위치상으로도 학교의 상징이 되어 그 중요성이 가장 크게 부각되는 중앙도서관은 어느 순간부터 '심장'이 아닌 '맹장'으로 전락하여 버렸다.
  도서관 헌장을 살펴보면 '도서관은 인류의 사상과 지식을 기록한 기록물과 창조적인 상상력의 산물을 누구나 자유로이 이용하게 하는 주요 수단이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도서관은 사회와 더불어 생성, 발전해 나가는 유기체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기 보다는 단지 수시고사나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공부방'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학교 도서관은 약 72만권의 장서를 확보하고 있으며 약4천석에 이르는 열람 좌석수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대학종합평가를 보면 우리학교 도서관은 타 대학에 비해 법적 장서수를 훨씬 넘겨 서울대 다음의 등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장서확보는 대학종합평가를 대비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약 15만권의 책을 들여온 것으로 1년에 3만5천에서 6만권을 확보하던 다른해에 비해 시설 및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많은 책이 창고에 쌓여 있다. 또한 우리 학교 도서관 운영비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학교 1년 전체예산의 약 1%정도로써 다른 선진국 대학의 4.5~6%되는 도서비 예산에 비해 매우 적은 비율이다. 우리학교 도서관장 강진백(문헌정 교수)교수는 "오는 6월이 되면 대출반납, 검색, 목록, 수시업무가 전산화되어 이용자는 편리해 지겠지만 그에 따른 조직 개편 및 직원충원에 대한 아무런 예산도 없다"면서 "정보가 자원화된 이 시대에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예산 및 인적 증원은 당연하다"고 밝히고 있다.
  도서관은 학교의 구성원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림에도 우리학교 도서관은 도서목록 비치가 비효율적이고 자료간의 연계성이 적으며 시설이 미약해 많은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지난해 총학생회에서 기존 2층의 제1열람실을 1층 로비로 옮기고 5층의 어문학 자료실을 2층으로 옮긴 것에 대해 뒷감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의 사업에 그친것이라는 지적이 많이 있다. 김재명(무역ㆍ4)군은 "2층의 어문학 자료실과 3시간에 1백원씩 넣어야 사용 가능한 유료 사물함에 대한 홍보가 미흡했을뿐 아니라 어문학 자료실 관련 사전류의 비치가 2층에는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으며 조영석(경영ㆍ1)군은 "책걸상이 삐그덕거리고 주위가 산만하며 조명이 나빠 이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지난 12일 있었던 교수 학생 협의 회의에서 학교 관련부서는 "조명 및 책걸상을 교체 및 보완해 주며 열람실내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통로에 고무 바닥판을 설치해 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제2도서관을 2~3년안에 설립하고 올 여름에 엘리베이터를 수리해 일반 학생들까지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밝혀 학생들이 느끼는 도서대출 및 반납 등에 대한 공간적인 불편들이 어느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어 진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그 역사가 1백여년이나 된다. 광무10년인 1906년에 '대한 도서관'이 건립되면서 최초의 근대적 도서관이 처음으로 설치되었다. 처음의 도서관은 국가적 차원의 설립이 아닌 민중의 자발적 의지를 모아 한말 개화의 선구자들에 의해 건립된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시기에 제정된 도서관법은 군사정권의 지지를 얻기위한 형식적 법률제정에 그쳐 민중의 알권리, 읽은권리의 보장을 박탈해 본래의 기능이 도태된 채 도서관은 공부만 하는 '독서실'이 되어 학교의 부속기관이 되어 버렸다. 우리학교 부총학생회장 김영덕(건축공ㆍ4)군은 "도서관은 단순히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닌 자료를 수집, 정리, 보관하며 조사, 연구, 토론하는 열린공간이 되어야 함이 옳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학교 도서관 벽에는 '도서관은 심장이다'고 씌어 있다. '심장'의 역할을 맑고 깨끗하며 건강한 피를 제공하는 것으로 타기능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즉 도서관 문화가 제대로 변화, 발전해야 대학이 발전하며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다. 이제는 시대적인 암흑에 묻혀 본래의 의미가 상실된 채 단지 책이 지저분하다고 외치는 것이 아닌, 담배 연기 때문에 공기가 나쁘다고 외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이용 시설을 내것처럼 사용하며 정숙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그럴때만이 도서관의 행정적 모순 및 시설 미비에 대해 학교에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되찾아야 한다. 단순히 개개인의 책상에서 시험공부만을 하던 이기적인 모습을 탈피해 도서관을 주인된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진정한 '심장'의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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