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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과 '키노'의 창간에 즈음하여'위험성'안은 새로운 시도
문화 | 승인 1995.05.22 00:00|(745호)

  낮기온이 여름처럼 높아진 5월과 함께 '씨네 21'과 '키노'창간호가 뜨거운 관심속에 첫 선을 보였다. 영화가 빼놓을 수 없는 오락일 뿐만아니라 문화적 교양과 지식의 척도로까지 자리잡혀가고 있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 잡지가 나오기전부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관심과 기대에 힘입어 씨네21은 발간된지 3일만에 완전매진되었고, 키노도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금새 다팔려 최근들어 높아진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실 영화잡지가 씨네21처럼 주간으로 발간되는 나라는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없다.
  이는 요 몇년사이 눈덩이 처럼 불어난 영화애호가들이 막대한 시장을 형성했으며 이에따라 그동안 극장상영이 전부였던 영화는 고부가가치를 낳는 영상산업의 기초소프트웨어로 그 위상과 역할이 확대, 승격되었다는 증거이다. 하여튼 급작스럽게 영상산업으로서의 영화의 주가가 뛰어오르는 현상은 일단 좋은 영화가 제작되어 한국의 문화적 토양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을수 있다는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상은 영화창작의 기반마련이라는 알맹이는 빠진채 산업적인 측면만 너무 부각시키는것 같아다소 불안해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두 잡지의 창간은 매우 주목을 요한다 하겠다.
  두 잡지는 발행주기기 주간과 월간이라는 차이를 갖기 때문에 잡지의 성격과 내용에 있어서도 많이 다르다. 먼저 씨네21은 주간 시사잡지인 한겨레 21의 대성공으로, 특히 그 중에서도 문화면에 대한 독자들의 대단한 관심에 착안하여 발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을 대중적으로 다루는 한겨레21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씨네21의 독자대상은 영화광들에 한정되지 않고 생활속에서 영화를 비롯한 각종 영상물을 접하는 다수의 시민과 학생들이다. 그래서 가사의 내용도 영화뿐 아니라 텔레비젼, 만화,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씨네21은 이같은 포괄적인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여 한국사회의 영상문화정착을 굵직한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창간호에서는 '한국영화를 말한다'와 '이들이 영상문화를 움직인다'를 특집기사로 다루고 있다. 한국 영화의 제작현황을 점검한다는 의도로 충무로 자본유입의 실태를 분석하는 글을 비롯하여 연기자와 감독들의 문제를 제작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기사들이 실려있다. 이어 영화진흥법 제정을 앞두고 한국영화의 정책적 대안의 필요성과 영화교육에서 개선해야할 문제에 관한 글을 실어,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보다 총체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이상의 특집기사들과 '전문가 100명이 선정한 영상인 베스트 50명'기사를 곧이어 실어 한국의 영상산업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다. 특집기사만 봐도 알 수 있듯 본지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영화를 사회제도와 구조적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워낙에 그동안 한국영화 제작과 배급의 시스템이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분석을 하는 글들의 심도가 떨어지는 점이 있다. 창간특집에서 다룬 '영화 기술'에 관한 글의 경우, 그동안 많이 지적되온 문제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키노는 씨네 21과는 대상부터 매우 다르다. 잡지 발간 전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키노의 대상은 스크린과 더불어 유일무이한 대중영화잡지인 로드쇼를 보면서 자라온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영화키드'들이라고 한다. 애초부터 대상을 선명하게 설정했던것 만큼 키노는 글의 선택이나 내용의 색깔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영화광들과 얼터너티브(대안)영화를 지향하는 잡지이다. 키노의 편집장인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그동안 많은 글들에서 누누히 밝혀왔듯 주류영화의 관습을 깨고 보다 새롭고 혁신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찬양하고자 하는 노력이 글 여기저기서 보인다.
  이상에서 씨네 21과 키노의 창간에 즈음하여 두 잡지의 성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아직 시작이므로 제대로된 비평을 하기엔 시기상조인 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점점 대중문화로서 영상산업으로서 그 역할이 막중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잡지들 자체에 대한 평가 못지않게 영화생산자와 행정가, 그리고 독자에게 수용되는 과정이 사실상 더욱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앞으로 이 잡지들에게 예상되는 난점과 그로인해 수정 보완되어야 할 몇가지 것들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고 글을 마칠까 한다.
  씨네 21은 다양한 독자층과 매체를 다룬다는 면에서 오히려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수가 있다. 그저 심심풀이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나, 교양차원에서 보는 사람들, 그리고 매니아들의 영화 기호의 흐름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같은 분류성의 경계가 요즘은 서서히 무너지는 추세이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보다는 집에서 매일 비디오 세편씩을 본다는 얘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단순한 영화소비자가 아니라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원하는 쪽으로 변화한다. 반면 영화에 대한 각종 어지러운 전문용어들과 지식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대다수 존재한다. 사실 모두가 영화에 관한 각종 정보를 모으거나 보기 힘든 영화만 골라보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무식'하게 취급당하는 풍토는 결코 올바른 문화토양구축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독자층을 상대로 하는 씨네21은 매니아적으로 혹은 킬링 타임용으로 영화를 보는 이들 모두를 아울러서 한국의 영화발전, 나아가 문화발전의 토양을 구축하는데 묵묵히 역할수행을 해야만 혼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최초의 공론있는 영화, 영상 주간 대중지이니 만큼 시장성, 즉 대중성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측면은 씨네 21이 더욱 고민해야할 점이다.
  앞서 말했듯 아무리 주간지이고 대중지이지만 지금보다는 기사의 심도를 보다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일반 독자들이 영화와 영상물을 대하는 안목을 높이는데 실제로 기여하였으면 한다.
  한편, 키노의 경우, 창간호의 매니아를 주 대상으로 하여 얼터너티브한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며 분석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정말로 사랑하고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려는 이들이 영화매체에 대해 줄기차게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의무이다. 하지만 창간호만 보자면 외국영화에 너무 치중되어 잇다. 영화광들이 이제는 영화를 단순히 보는 차원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구들이 분출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며 더욱 권장할만한 사항이다. 매니아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비디오카메라로 영상물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문화적 토양구축의 지름길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외국영화를 보며 탄성만 내지를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한국영화들에 주목하고 창작의 수준을 높이는 일에도 영화비평이나 이론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키노는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변준희
<영상연구회 마루ㆍ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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