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빈목의 교훈

 옛날 중국 월(越)나라에 서시라는 이름을 가진 뛰어난 미인이 있었다. 그녀는 타인이 알지 못하는 속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항상 눈을 찌뿌리고 다녔다. 그녀의 외모를 항상 부러워하던 같은 마을의 한 못 생긴 여자는 자신의 추한 외모를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항상 눈을 찌푸리는 것을 보이면 그녀처럼 예쁘게 보이는 줄 알고 자신도 항상 눈을 찌푸리고 다녔다. 이에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서시의 찌푸린눈을 가리켜 서시빈목이란 고사성어가 전해지고 있다. 즉 아무비판없이 무조건 남의 흉내만 내는것을 말한다. 미인을 부러워 한 나머지 자신도 예뻐보이기 위해 좋지 않은 버릇까지 따라한 못 생긴 여자의 심정은 순간 자신은 미인이다고 느꼈을 것이며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비웃었을 것이다.
 뉴욕의 나까카미 빌딩에 침투한 테러집단을 상대로 단신으로 싸우는 경찰관의 활약을 주제로 한 영화 다이하드의 주인공 브루스윌리스와 영화 어벤저의 주인공 장 클로드 반담, 세계 최고의 모델이라 말하는 신디 크로퍼드등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가 몇일전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실베스타 스텔론, 브루스 윌리스, 데미 무어 등이 공동 주주로 있고 세계 18곳에 체인점을 가진 미국식 식당 '플래닛 할리우드 서울점'의 개업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플래닛 할리우드 서울점'의 개업행사가 있은 지난 22일, 미국의 유명스타를 보기 위해 1천여명이 몰려들어 강남의 논현동은 두시간 동안 극심한 혼잡을 이루었고 룰라, 장동건, 김승현등 국내의 유명 연예인도 할리웃 스타들의 식당 홍보를 위한 행사에 참여했다. 할리웃 스타들은 1천여명의 관객에게 "한국 팬들을 만나 기쁘다", "한국의 첫인상이 매우 좋다"라고 방문 소감을 밝히면서 이 식당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나누어 주는 고가의 상술도 발휘했다.
 헐리웃 스타의 기막힌 언술과 또 하나의 상업성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1천여명의 관객을 비롯, 우리에게 웃을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한때 홍콩의 액션 스타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TV에 얼굴을 잠깐 비추고 그에 걸맞지 않는 많은 돈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은 홍콩 스타들의 천국이라고 선전하여 언론은 홍콩스타들의 뜨네기 방문을 허탈해 한 적이 있었다. 오늘 헐리웃 스타들은 그들이 주주로 있는 한 식당을 홍보차 방문하면서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인양 선전했다. 그리고 1천여명의 관객은 이들 때문에 온갖 혼란을 일으켰고 이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일으켰다. 햄버거 한 개에 최고 9천5백원이나 받는 고가의 음식점을 알리기 위해 방문한 헐리웃 스타들은 1천여명의 관객에게 훌륭한 상술을 펼쳐 보였다.
 브루스 윌리스가 뉴욕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뛰어난 경찰관의 활약을 펼친 영화속의 모습은 이날, 1천여명에게 실제의 모습도 그런 사람으로 다가갔다. 관객은 서시라는 여자를 무조건 따라한 못생긴 여자의 그것과 같이 헐리웃 스타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길을 보냈으며 이들에게 빠져버렸다. 더군다나 한국의 유명 연예인 까지 동원되어 관객을 부추겼다.
 이날의 모습들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반문해 보아야 한다. 헐리웃 스타와 함께 행사를 벌인 우리네 연예인은 이날로써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는가? 그들의 장사속에 말려버린 우리네 모습들은 못 생긴 여자의 행동과 별다른 차이가 있었는가? 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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