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사랑 충대사랑

 누군가 일년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계절을 물어 온다면 봄이라 대답할 것이요, 봄 중에 가장 좋은 시기를 묻는다면 바로 요즘이라고 답할 것이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봄 기운이 나무 마다 풀포기 마다 쑥쑥 풍겨나고 싱그러운 푸르름이 진동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놀기 좋고 일하기에 안성마춤이기에 더욱 그렇다. 상당히 오래된 일이지만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이향하 선생이 쓰신 '신록예찬을'을 일고 미쳐 느끼지 못했던 일들이 기억나기도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등하교 때나 점심시간에 학내에서 만나는 우리 학생들의 얼굴에도 푸른 꿈이 내비치고 옷차림도 맑고 깨끗해서 학내가 생기에 차기 때문이기도 하다. 젊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필자의 마음도 자연히 맑아지고 새로운일에 몰두하고 싶은 욕심이 일어난다. 우리 대학은 40년의 역사를 가진 비교적 젊은 대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 학생, 교직원이 삼위일체가 되어 신록이 우거지는 것처럼 연구와 면학분위기가 고조되어 가고 있다. 제1학생회관을 비롯한 곳곳에는 잔디가 곱게 입혀져 봄, 여름에는 푸른 마음을 가져다 주고, 가을에는 한해를 열심히 살고 시들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국내의 손님은 물론 외국에서 오는 방문객들도 깔끔한 학내 분위기, 조경이나 건물 배치 등 멋진 캠퍼스를 부러워 한다. 그러나 늘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이 좋은 시설을 아무렇게나 사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늘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것은 필자의 기우일까. 어였하게 게시판이 곳곳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각종의 플래카드, 선전물, 홍보물 등이 어지럽게 붙여지거나 나부낄 때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특히 훼손된  잔디밭을 바라볼 때, 우리의 정돈되지 않은 마음이냥 더욱 그렇다. 바로 옆에 길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잘 가꾸어진 잔디밭을 감상할 수 있는 데, 자기 편의주의 무관심, 또는 자기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등등 별별 생각이 든다. 가끔은 교직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학생들이 잔디밭을 못 살게 구는 행위를 하고 있다. 마치 사회 일부분에서 저질러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조차 하다. 맑고 밝고 정리된 곳에서 생각이 다듬어져 좋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학문의 열정이 돋아난다. 우리 부모 형제들의 피땀에 의해 전국에서도 가장 잘 가꾸어온 우리 캠퍼스를 아끼고 다듬어서 우리 후배들에게도 곱게 물려줄 수 있도록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도 우리의 애정을 쏟았으면 한다. 잔디밭에 생기가 돌 수 있도록 하는 마음가짐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요 우리의 충대를 사랑하는 일이라 생각해 본다.

 배기환(약학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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