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제도와 변형시간 근무제

 노동부는 95년 7월 1일 고용보험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시행될 고용보험법은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라는 알맹이가 쏙 빠지고 기업주들을 위한 내용만을 담고 있다.
 이 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체에 한정하고 있는 점이다.
 적용대상을 30인 이상 사업체로 한다면 고용보험혜택을 누릴수 있는 노동자는 전체노동자의 37.5%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해놓은 최저수준 50%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실 고용불안을 느끼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30인 미만 사업체의 노동자들이다. 이렇게 볼때 30인이상 사업체로 한정할 경우 적용대상이 너무 적어 사회보장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또 보험지급 조건도 까다로와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혜택도 별로 없다.
 실업자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으려면 이직일 이전 1년6개월동안 1년 이상 보험을 낸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 보험 수급기간도 1개월에서 7개월까지로 매우 짧다. 우리나라 중소업체처럼 이직율이 심하고 산업재편이 급격히 일어나 항상 고용불안에 맞부닥쳐 있는 노동자들에게 1년6개월을 근무해야 하고 그중에서 1년은 보험금을 내야 실업에 대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고용보험제에 어떤 재정 부담도 지지 않은 채 노동자와 사용주에게만 부담을 지우려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제대로 된 사회 보장제도라고 한다면 정부가 노동자의 부담을 덜기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관리책임을 져야하는데도 여기에는 관심도 없고 고용보험법의 알맹이를 모두 빼놓은채 생색내기에 급급하다.
 고용보험법이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취지를 살리려면 5인이상 사업체의 모든 노동자, 나아가서는 전체 노동자에게로 확대되고 정부지원 확대, 노동자부담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
 한편 허술한 고용보험제를 시행하는 댓가로 정부와 자본은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변형근로시간은 1980년 도입되었다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각종 폐해로 87년에 이미 폐지된 대표적인 5공악법으로 4주간을 평균해서 주 4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하루 8시간, 주 44시간을 초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연장수다만 지금하면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고 되어있는데도 이렇게 변형근로시간제를 주장하는 것은 모든 노동자에게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극도의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자본은 변형 근로 시간제 주장에 앞서 노조와의 사전 합의에 의한 연장근로를 실시하고 국제노동기구 조약의 최저수준인 주 40시간을 법제황햐 할 것이다.

 임혜숙<전국노동조합협의회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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