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 충대人 Season2 - 윤석영 동문(식품가공ㆍ74학번)

 지난해 여름 미국 서부지역을 방문해 동문들의 소식을 전했던 ‘세계속 충대人’. 올해는 10박 11일 일정으로 캐나다의 밴쿠버와 토론토를 방문해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문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 속에 적응하고 뿌리내리기까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그들의 삶. 지구 반대편에서 선배들이 전하는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번 호의 주인공은 토론토에서 한의사로 일하고 있는 윤석영 동문이다. 미리 약속한 시간에 맞춰 그가 있는 빌딩을 찾았다. 침대와 음양오행을 나타내는 그림, 한약재와 흰 가운 등 그리 낯설지 않은 물건들로 꾸며진 진료실에서 만난 윤 동문은 처음에는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인터뷰에 들어가자 자연스레 자신과 자신의 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학교다닐 때 전공은 식품공학과시네요?
 졸업 후 식품회사에 취직해서 2000년 이민을 올 때까지 20여 년간 일했습니다. 식품도 건강과 직결되는 거잖아요. 건강 쪽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관심이 생겼어요. 회사 다니면서 그런 세미나나 뭐나 있으면 가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독학하기도 하고. 또, 말년에는 내가 사장이 되고 회장이 되고 싶은데 내 능력으로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인들이 많이 하는 그런 회의감도 작용을 했죠.

 한의사 생활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활동을 위한 학위가 필요했기 때문에, Toronto Schoo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학교를 다녔어요. 처음 1년 정도는 학교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다른 클리닉에서 일을 했고, 이후는 독립해서 (학교 다니면서) 돈을 번 것 같아요.

 학위취득 전 진료가 문제가 되지는 않나요?
 예리하시네요. 캐나다에서는 한의학의 정착이 완료된 게 아니고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침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조금 느슨한 형태로 협회 제도가 있습니다. 가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하거나 시험을 보는 협회도 있습니다.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에도 학위가 필요합니다. 물론 ‘나는 그런 보험 없이 진료하겠다’. ‘협회 회원가입 없이 나는 진료하겠다’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되요. 저는 처음에 와서 그렇게 했어요. 이후는 환자가 판단하는 거죠. 치료를 받고 나아야 하는데 경과가 영 애매하면 안 오게 되고 그럼 자동으로 진료를 못하게 되죠.

 한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한의학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인식이 점점 달라지고 있어요. 여기서는 아프면 주치의에게 가는데 의료비가 보험에서 커버가 다 돼요. 그런데 돈을 내고 여기에 올 이유가 없죠. 여기는 국민의료보험 혜택에 들어가지 않아서 따로 돈을 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 오는 이유는, 주치의 선에서 도움이 안 되니까. 대부분 여기 오는 사람들이 주치의를 거쳐서 와요.
 “두통이 있다” “주치의에게 가봤냐” “가봤다” “어떻게 했냐” “타이레놀 처방해줘서 먹었다” 그런 식이거든요. 그런데 거의 일생동안 편두통을 앓던 사람이 여기 와서 침 한번 맞고 그게 깨끗이 낫는 경우가 있고 하니까. 그런 것들 때문에 점점 인식이 달라지고 있죠.

 앞으로 바라는 것은?
 단순히 클리닉 외에 학교 일을 해보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사람들에게 한국의 침을 알리는 일이죠.
 제가 보급하려는 것은 일반 한의학이 아니라, 제가 한국에서 공부한 한국의 전통 침, 사암오행침입니다. 침과 한의학이 원래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오행침만큼은 한국에서 재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걸 이쪽에 좀더 많이 보급하고 싶은 게 앞으로 나의 희망사항입니다.
 다른 일반 한의학, 중의학 그런 것들은 이미 교재들이 잘 번역이 돼있어요. 그런데 한국의 전통침은 번역된 책이 한권도 없어요. 번역된 책이 있으면 그걸 갖고 하면 되는데 없으니까 강의 노트를 만들거나 그런 일로 바쁘죠.

 윤 동문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후배들에게 “시간 투자를 잘 해서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바탕을 가지라”는 말을 전했다. 스스로를 반성하고 채찍질하는 그이기에 인생의 늦은 진로변경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김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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