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왕에게 본받아라

  맹자가 양나라의 혜왕을 만나서 나눈 유명한 일화가 있다.
  혜왕은 맹자에게 자신은 이웃나라보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애쓰는데 이웃나라보다 백성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은 것이다. 그러다 맹자가 혜왕에게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전쟁에서 오십보를 달아난 자가 백보를 달아난 자를 보고 비웃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라고 한 것이다. 혜왕은 오십보나 백보를 도망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맹자는 이말을 듣고 혜왕에게 "왕께서 하는 정치나 이웃나라에서 하는 정치나 수준의 차이는 있겠으나 비슷한 것입니다"고 대답했다. '맹자'에 나오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를 의미하는 고사성어로 그 뜻을 풀이하면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인 차이는 없음을 말한다.
  지금 우리는 길거리에서 술자리에서 공통적으로 나누는 화제가 있다.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얘기하고 풀뿌리라고 얘기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그것이다. 5ㆍ16이후 34년만에 처음으로 내손으로 민선시장, 의원을 뽑는 선거열기로 한단계 높은 정치수준, 의식을 기대하고 있는게 사실이며 87년 직선제 이후로 또 하나의 선거혁명을 일궈낸 것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6월들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는 큰 의미는 지난 유세기간에 있어서 우리에게 실망과 허탈만을 안겨주며 '선거혁명'을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한 야당인사는 지역등권론을 또 다른 인사를 핫바지론을 한 여당인사는 양김청산을 외치면서 공공연히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지역주의를 자극하며 국민을 우매하게 만들고 있고 여당의 대변인은 근거없는 얘기로 상대방 후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양당간의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당리당약에 맞춰 허무한 공약과 구호를 뿌리는가 하면 관광회사가 호황을 누릴 정도로 향응, 유흥이 판치는 불법선거를 조작하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작을 우리는 '지자제'라는 허울뿐인 이름으로 첫발을 내딛고 있다. 일류 정치인들간에 고소와 맞고소가 난무하는 이런 정치판에 '지자제'는 이름 하나만으로 국민을 현혹하여 우매한 로보트로 만드는 선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혜왕의 정치수준이나 차이가 없는 우리의 선거현실은 국민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혜왕은 국민을 걱정하며 고뇌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남겨 놓았지만 이번선거는 또하나의 실망과 불신을 남겨놓을 것이다. 중앙의 상명하달식 시장이나 불법선거로 선출된 허울뿐인 민선시장이나 선거과정의 혁명적인 변화없이는 기대하기 힘든 우리의 정치, 선거 수준이다.
  풀뿌리 지자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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