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 네 탓

 옛 속담에 '잘돼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탓 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에 일의 결과에 대해 쉽게 '탓'(원인)을 남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조상탓이라거나 재수가 없는 탓이라거나 심지어는 시험을 제대로 못치른 학생이 출제교수에게로 탓을 돌리는 등등이다. 이와같이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을 어느방향으로 귀속시키느냐를 사회심리학에서는 귀인이론이라고 하여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왔다. 간단히 소개하면 귀인은 외부귀인과 내부귀인 그리고 성공과 실패의 경우로 나누어 진다. 외부귀인은 앞서 소개한 대로 결과의 원인을 밖에서 찾는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위이고 내부귀인은 즉 자신의 내부에서 찾는 행위이다.
 요즈음 우리사회 전체가 모든 잘못된 결과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아집과 독선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아마도 그러한 현상은 대통령부터가 모범(?)을 보이고 있지 않나 여겨질 정도이다. 즉 모든 안전사고나 재난의 원인을 전 정권으로부터 부실한 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책임전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길이 남을 일이 아닐까?
 외부귀인시키는 경우는 대체로 미숙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의 사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 또는 나의 능력부족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까닭이다. 또한 남에게로 탓을 돌려야 자신은 희생양으로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정을 받을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메카니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자존심의 유지나 동정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개인의 발전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반성이 전제되지 않고 남의탓으로 돌리는 악순환만이 되풀이 되며, 한발짝 더 나가서 원망과 분노, 적개심에 쌓이게 되어 정신건강을 해치게도 된다. 더우기 작은 조직속에서의 외부귀인은 갈등을 증폭시키기만 할뿐 공동체의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의 탓 혹은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나는 잘못이 없는가 나는 부족함이 없이 최선을 다했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성숙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성인은 하루에 세번씩 반성하라고 했지만 바쁜 세상이니 하루에 한번만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와 계층간에 갈등을 안고 있다. 정치, 경제, 종교, 심지어는 교육에까지도 개인ㆍ물질주의적 가치관이 범람하고 있고 지역간, 도시와 농촌간이 가진자와 못가진자, 배운자와 못배운자간의 갈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이러한 갈등과 문제의 원인을 찾는데 있어서 설령 내탓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공동체 안에서 모두 '탓'을 느끼고 '나는 잘못이 없는가' '나부터 교통질서 하나라도 지켜야 되지 않는가'하고 생각을 바꾸어 간다면 우리사회가 믿고 사는 사회, 서로 돕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창원(심리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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