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린씨 초청강연회를 보고

  "Good afternoon!"
  대뜸 건네는 김린씨의 본토발음 인사가 강연회장에 모인 학우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안녕하세요 영어로 말 할까요? 한국말로 할까요?" 처음부터 다른 강연회와는 색다른 분위기였다. 아직은 서투른 김린씨의 한국어 발음으로 열심히 말하는 모습이 나이답지 않게 애뗘 보여 다른 외국인 답지 않게 친근감이 갔다.
  김린씨 초청강연회는 통일백마축전 두번째 날인 6월2일 문과대 소강당에서 총학생회가 주최하고 원리연구회가 주관한 행사였다. '파란눈 김린이 보는 한국인, 한국문화 그리고 결혼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약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강연회에는 약 250여명의 학우들이 참석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과 국제결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린씨 하면 '눈뜨고 꿈꾸는 여자'의 저자겸 TV '인간극장'의 주인공으로 우리들에게 알려져 있다. 김린씨는 1972년 만 23세의 나이로 한국에 건너왔다. 그녀가 국제결혼을 통해 맺어진 사람은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경상도남자였다. 그것도 5대 독자. 미국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그녀로서는 한국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게 사실일 수 밖에 없었다.
  김린씨는 모든 환경이 자신에게는 생소했지만 한국 사람들의 예절바름과 사랑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생활해 가면서 하나둘씩 한국식이 이런 것이로구나하고 조금씩 한국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을 하였다.
  김린씨는 20여년전 그녀가 한국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을 때, 길거리에서 쭉 늘어서 광주리를 펴놓고 물건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들에게 물건을 사려고 했던 일을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녀는 한 할머니에게 물건을 사려고 영어로 물었다. 그러나 영어의 '영'자도 모르는 할머니에게 그 말이 통할리가 없었다. 옆에서 같이 물건을 판던  할머니들이 무슨 구경이라도 난 것처럼 쭉 둘러앉아 그 한 할머니의 물건을 팔아주려고 손짓, 발짓,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김린씨는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에 감동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는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서로 자기물건 하나 더 팔기 바쁜 미국인의 사고방식에 한국인의 이러한 모습은 점점 그녀를 한국인의 '정'이라는 끈끈함 속에 빠져들게 했다.
  김린씨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관찰해 보면 비록 경제적으로는 가난한 모습이지만 그들의 말속에, 얼굴속에, 웃음속에 진정한 행복이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점점 한국이 부러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참으로 위대한 사상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그 무엇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것이라 했다. 그러나 요근래 한국인의 따뜻하고 정감어린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고 미국의 썩은 문화의 찌꺼기들이 무비판적으로 젊은이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게 될 때 가슴 아프다는 말을 했다.
  진정 까가이 있으면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진정 가치있게 따르고 소중히 해야할 것은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우리의 것, 한국의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결혼에 관한 이야기에 김린씨는 가정의 소중함과 결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결혼이라는 것이 단지 감각적 사랑으로 인해 맺어진다면 이 사랑은 오래 가지않아 곧 가정이 파탄을 일으키고 이 파탄으로 남겨진 자녀들을 유혹하는 것은 범죄와 마약, AIDS라는 사회의 암적인 요소들 뿐이라며 이와 같은 무서운 결과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참된 가정이며 가정은 곧 진정한 사랑에 의한 결혼이라고 결혼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강조하였다. 결혼을 하면 같은나라 사람끼리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서로에게 많은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래서 혹시 조금이라도 기대에 빗나갔을 경우엔 실망을 하게되지만 우리부부는 서로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고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했다며 진정한 행복의 시작은 서로를 먼저 이해해 주려고 하고 받으려고 기대하기보다는 먼저 주려고 하는데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하였다.
  또 남편과 만나게 된 이야기에서부터 20여년간의 한국살이동안 부부간에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는 등 한국에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주었다. 정말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것을 지키며 시부모님을 모시고 한국인 남편과 다섯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살아가는 김린씨의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김린씨는 강연회중에 같이 온 남편인 김종문씨를 소개하며 외국인 아내를 맞은 한국 남편으로서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성상진(건축공학교육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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