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 충대 人 Season 2 - 김진욱 박정자 동문(영문과ㆍ60학번)

 지난해 여름 미국 서부지역을 방문해 동문들의 소식을 전했던 ‘세계속 충대人’. 올해는 10박 11일 일정으로 캐나다의 밴쿠버와 토론토를 방문해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문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 속에 적응하고 뿌리내리기까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그들의 삶. 지구 반대편에서 선배들이 전하는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느 토요일 낮, 토론토 G. Ross Lord Park에서 열린 바비큐 파티. 그곳에서 만난 여러 동문들 가운데 특별한 분들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캠퍼스 커플로 시작해 63년에 결혼한 이후 40년 이상을 함께해오고 있는 김진욱, 박정자 동문이다. 그들의 만남에서부터 캐나다 이민 후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C.C에서 결혼까지
 김 동문과 박 동문은 1960년도에 야간 과정으로 우리학교에 입학한 동기다. 김 동문에 따르면 우리학교에도 “59년부터 61년까지 3년간 야간 과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국립대학은 야간과정을 둘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곧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입학할 당시 김 동문은 군인, 박 동문은 국민학교 선생님이었다.
 하사관으로 군복무를 하다가 스물 셋에 대학에 입학한 김 동문과 나이차가 조금 나는 박 동문이 동기 이상의 관계를 맺게 된 것은 남자 쪽의 접근이 먼저였다고. 박 동문은 “훤칠한 큰 키에 보기 좋게 맞춘 군복을 입은 김 동문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며 수줍은 듯 웃었다.
 직업을 가진 채 하는 학업은 쉽지 마는 않았다. 김 동문은 “저녁 5시에 일과를 끝내고 바로 사병 식당에 가서 흰 밥에 콩나물국을 대충 말아먹고는 퇴근하는 다른 장교들 차를 얻어 타고 6시까지 학교로 향했다”고 한다. 박 동문도 학교 수업을 마치고는 간단한 스낵 조금 먹고 가는 정도였다. 그래도 박 동문의 경우는 조금 나았는지 “젊었으니까 어려운 줄 몰랐다”며 웃는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한 것은 4학년 2학기 때, “집안이 완고하다 보니 연애결혼, 그런 거 없었다”는 박 동문의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는 학과 교수님까지 동원됐다. 노력 끝에 63년 10월, 대흥동 성당에서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마음을 녹이는 러브레터
 졸업 후 김 동문은 월남전 당시 베트남에 민간 기술자로 다녀왔다. 간 게 66년인데, 68년 구정공세가 터지면서 안전을 위해 돌아와야 했다. 그때는 이미 자녀들도 있는 상황, 자녀들 키우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남편 걱정하랴 혼자 한국에 남아있는 박 동문은 힘들지 않았을까. 의외로 “직장생활 하고 있었고 친구들도 많이 있다보니 난 뭐 그런 것도 몰랐다”는 박 동문이다.
 근데 견딜 수 있는 비결이 따로 있었다. “남편이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왔다”는 박 동문. “파란 항공 봉투가 매번 일하는 학교로 날아와 다른 선생님들이 굉장히 골렸다”고 하는데 말하면서도 표정은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지 않는다. “살다보니 이이가 사실은 편지를 굉장히 쓰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서 “이제 보니까 나한테만 그랬던 거였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민, 그리고
 이민을 온 것은 71년도 10월이다. 그런데 부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신기한 것은 다른 동문들의 이야기와 달리 이민 초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는 것. 박 동문은 “우리는 와서 고생 하나도 안했다”고 단호히 말한다. “처음부터 캐나다 초대로 오다보니 주거지부터 시작해 생활비는 물론 모든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김 동문의 경력 덕분. 군복무를 하면서 미국에 기술 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다른 한국 교민들이 집을 방문하면 자신은 그 아파트가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모르는데 “이분들은 처음 오신 분들이 어쩜 이렇게 좋은데 사시냐”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캐나다에서 두 부부는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김 동문은 전자 방위업체에서 일하다가 택시 오너 드라이브를 해보기도 했다. 박 동문은 공부를 다시 시작해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보며 일했다고. 두 사람이 함께 한 일은 베이커리다. “한국 사람들은 이민을 가면 보통 편의점을 하는데, 그곳은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보내느라 자기 삶이 없다”는 김 동문이다. 남편은 안에서 빵을 만들고, 부인은 나와서 판매를 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다.

 2000년 은퇴 후 편안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두 부부. “공부 열심히 하는 게 제일”이라는 평범한 말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두 사람에게, 그럼 학교 다니면서 연애를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답은 “Why not? It’s doesn’t matter~”. 사이좋은 친구처럼 인터뷰 내내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김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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