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다

  국민학고 다닐때의 이야기다. 많은 학생수를 감당해내지 못해 오전, 오후반으로 2부제 수업이 진행되었다. 낡은 책상과 교실. 과학시간엔 실험다운 실험도 못해봤다. 교실엔 원래 형광등이 없는줄 알았다. 머리가 좀 커서 중학교에 진학을 하게된다. 빡빡머리나 커트 머리를 한 50여명의 인원이 찜통같은 교실에서 여름 보충수업을 받는다. 성적이 국민학교보다 구체적으로 숫자화되서 나오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좋은 고등학교에 좋은 성적으로 입학하기 위해 영ㆍ수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받는 등 사교육 활동이 본격 시작된다. 머리 싸매고 공부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총만 안들었지 서로가 경쟁자인 '전쟁'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봉고차 타고 학교에 등교, 대여섯 시간되는 보충수업, 아홉시간 정도의 정규수업, 전혀 자율적이지 않은 자율학습. 인성과 창의력등 개인의 능력은 무시되었다. 그저 점수만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이었다. "대학들어가면 모든게 해결되겠지", "내가 크면 이런 더러운 현실을 바꾸고 말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공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입학해선 그간의 고민들과 고통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취업준비에 들어가게 되고···.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 우리는 경쟁문화, 분주함의 문화속에서 교육을 받아온 것이다. 지난 5월 31일에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교육개혁안'이 발표되었다. 바로 5.31교육 개혁안을 지칭하는 것으로 형평성과 공공성의 특성을 지닌 교육의 논리에 시장과 자본의 논리를 적용하고 GNP대비 5%에 대한 구체적 내용없이 빈곤한 교육철학을 여지없이 드러낸 '빛좋은 개살구'였다. 어떤 측면에서는 지자제를 의식해 발표한 것이라고 까지 혹평하기도 한다. 내용에 있어서 많은부분 수정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모습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기나긴 터널을 지난 우리에게 이제 더이상의 문제는 없다'인가? 교육개혁안을 바라보는 태도는 시큰둥하다. 기나긴 터널의 중간에서 있으면서 직접적인 당사자 인데도 말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한 개인에게나 사회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은 일생에서 4분의 1가량 배우는데 소비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인생의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가치관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인 사회는 그들에 의해 운영되어지는 것이다. 이제 개혁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우리학교도 그에 맞게 학칙을 개정하는등 후속작업을 벌일 것이다. 우리는 그에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다시는 우리와 우리 선배가 겪었던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모순된 구조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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