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 2차 합격자들을 만나다

 법, 사법고시하면 우선 딱딱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궁금한 점도 많다. 이번 사람면에서 사법고시 합격자들을 만나 그런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7명의 합격자 중 참석자는 이선행(97학번), 최병열(99학번), 최우식(99학번), 김상언(00학번) 씨다. (최우식 씨는 사정상 인터뷰 도중에 참석했고 김현식(01학번) 씨는 개인사정으로 박남현(96학번) 씨와 이범하(93학번) 씨는 연락이 닿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사법고시,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선행 : 시험 자체는 진짜 어려운 시험이예요. 공부할 것도 많고 매년 시험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향도 있어요. 하지만 붙기에는 어려운 것 같지 않아요. 1년에 1천 명씩 뽑는데 다른 고시들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1년 해서 될 공부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선행 : 그렇죠. 1년만에 해서 붙은 사람들도 있긴 한데 우리들은 흔히 그런 사람들을 ‘생래적법조인(태어 날 때부터 법적인 감각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불러요.
 김상언 : 그런 사람들은 선척적인 것 같아요. 단순히 똑똑하다고만 할 수는 없고 시험에 정말 적성이 맞는 거라 생각해요.
 최우식 : 최병열 군 같은 경우가 표준이라 할 수 있어요. 보통은 제대 후에 4~5년 공부해요. 대학 들어 온 것부터 생각하면 7~8년 공부한다 생각하면 돼요. 저는 한 7년 공부했는데 사법고시 준비한다면 4~5년은 예상해야죠.
 법 공부를 하면서 매력을 느낀다면 언제예요?
 이선행 : 법대에 오기 전에는 딱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재밌어요. 법을 하면 논리적인 면, 그것이 재미있어요.
 김상언 : 다른 인문 사회보다 법학은 거의가 판례예요. 최근에 간통죄, 시각장애인 안마사 합헌이 내려졌어요. 이런 것들을 보면 단순한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연결돼 있어 다른 어떤 분야보다 재미있어요.
 최병열 : 저도 비슷해요.
 실례가 안 된다면 판사, 검사, 변호사 어느 쪽을 선택 할 건가요?
 이선행 : 나이가 아직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 변호사는 무리일 것 같고, 검사나 판사 임용을 받아야 좋지 않을까 싶어요. 판사 임용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김상언 : 저도 똑같아요. 대부분 판·검사 임용되는 것이 좋죠. 열심히 해야죠.
 최우식 : 사람 적성에 맞아야 해요. 판사는 꼼꼼하고 혼자 놀기 좋아해야 하죠. 저 같은 경우는 사람들하고 많이 부딪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검사를 생각하고 있어요.
 최병열 : 저도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서 검사로..
 그럼, 세워 놓은 법조인상이 있나요?
 이선행 : 법조계가 타락했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는데 요즘 새로 임관하는 판·검사들은 예전 판례들에 비해 개혁적인 판결을 내 놓고 있어요. 저희들도 그런 타락했다면 타락한 법조계를 깨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도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정리를 하자면 깨끗하고 구시대적인 사고를 타파할 수 있는 법조인이요.
 최우식 : 그건 모범 답안인데..
 이선행 : 모법적인 답안 말하느라 힘들었어요.(웃음)
 청룡관에서 동고동락한 사이인데 서로를 평가한다면요?
 김상언 - 이거 맨 정신에 안 되는 이야기인데.. 술집으로 가야하나? (웃음)
 이선행 - 김상언 군은 성실하고 꾸준해요. 시험 끝나고 발표 기다리기 전에 다들 놀고 쉬는 경우가 있는데 꾸준히 나가서 공부하는데 그런 면이 장점인 것 같아요. 단점은 술 먹으면 살짝 과해져요.
 최우식- 상언이의 단점을 제가 말하면요. 기를 좀 채워야 해요. 사람 대할 때 낯가리고 자신 없는 태도를 고쳤으면 좋겠어요.
 김상언 - 우식이형은 팔방미인이예요. 성실하고 특히 후배들을 신경 많이 써주고 공부하다보면 다들 자기 갈 길 바쁜 면이 있는데 굉장히 애틋하게 챙겨주는 면이 가장 커요. 단점은 너무 흠잡을 데가 없다는 게 단점인 것 같은데요.(웃음)
 최우식- 사법고시라는 것이 어느 정도 절제할 것도 있고 사람 가릴 것 가리고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 자체가 돼 있지 않은 사람은 고시하면 안 돼요. 그러 면에서 병열 군은 하나의 모범이라 생각해요. 사람 좋으면서 고시 붙을 수 있다 그리고 어린나이에 보여줘서 자랑스럽고 기본이 돼 있는 친구죠. 단점이라면 여자 친구 사귀는데 있어 숙맥이예요.
 최병열 - 선행이 형은 이름에 나오듯이 착해요. 공부할 때 마음에 의지가 되는 사람이예요. 성실한 것도 있는데 술을 너무 못하는 것이 단점인 것 같아요. 사회에서 술 먹는 것도 필요할 텐데 그런 부분이 마음에 걸리고 우려되는 부분이죠.

 ▲ 왼쪽부터 김상언(00학번), 이선행(97학번), 최우식(99학번), 최병열(99학번)씨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이선행- 아무래도 우리학교가 고시에 합격하는 인원수가 적다보니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이 없어요. 법대에 들어와서 무언가 해 보고 싶다면,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데 불안감 떨치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희들도 그냥 평범히 학교 들어와서 공부 열심히 해서 합격한 사람들이예요. 자기가 ‘자질이 부족해’ 이런 생각보다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김상언- 후배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아직 사법고시랑 로스쿨 중에 선택을 많이 못한 것 같아요. 결단을 빨리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해요.
 최우식- 공부를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고 경험으로 느낀 바로는 사람이 열려 있어야 해요. 오랜 기간 하게 되니까 자기 안에 갇히게 돼 버려요. 이번에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제일 큰 원동력이 자기를 버리는 것이었어요. 1차 합격하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 된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빨리 헤어 나와서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는 마음,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최병열-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하나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학교 학생들이랑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 학교가 뒤떨어진다’ 이런 느낌 못 받았어요.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하면 돼요. 시간문제 말고는 뭐든지 다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선행- 학교에 12년 있었어요. 처음에는 빨리 떠나고 싶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아쉽네요. 후배들이랑 있으면서 나 자신이 젊어지는 것 같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젊은 기운을 많이 받았었는데 진짜 아쉬움이 크네요. 후배들에게 고맙고 다들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것들 이루고 학교를 웃는 얼굴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김상언- 학군단 건물 안에 충대교회가 있어서 시험 준비하면서 다녔었는데 굉장히 좋았고 마음에 위안이 많이 됐어요. 약대 교수님이 전도사로 있는데 너무 잘해주고 해서 다른 분들에게도 말하고 싶었어요.
 최우식- 저는 나이도 있고 해서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요. 그동안 너무 외로웠어요. 사법고시가 공부 자체만의 싸움이 아니라 그 밖의 것들이 크게 작용해요. 그동안은 합격이 목표였는데 이제 다른 곳으로 목표를 돌려 보려합니다.
 최병열- 학교를 떠나서 많이 아쉽고 공부하는 동안 제가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때 다듬어 준 여자친구 이희연 양한테 감사해요.
  
 한 번은 자취방에 빨래를 널어놓을 곳이 없어서 도서관 스팀 나오는 곳에서 말리기도 하고 옆 책상 의자에 팬티를 널어놓기도 했다는 이야기. 같은 자리에서 3년간 공부를 했는데 어느 날인가는 요구르트가 있어 어느 여학생이 놓고 갔구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청소 아주머니였다는 이야기. 실은 취직이 잘 된다는 말에 법대에 들어 왔다는 이야기. 몇 년씩 공부하다보니 많은 이야기들이 쌓였겠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더 기대되는 그들이다.

 권민지 기자
 ariarirang@cnu.ac.kr
 사진 문수영 기자
 symu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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