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항변

  "장애인도 사람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김영삼 정권 퇴진하라"
  지난 4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는 전국노점상연합, 전국장애인 가족협회 회원들과 그곳에서 47일간 농성중이던 5.18희생자 가족들이 연합해 현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는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노력없이 검은돈을 챙겨 경제적인 걱정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에 대한 댓가를 제대로 얻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이날 명동성당앞에 모인 사람들은 노력의 댓가를 받아야할 부류였지만 댓가는 커녕, 사회와 정부로부터는 무관심과 소외를 받고 살아 왔었다. "돈을 벌어 호강하겠다는것도 아닙니다. 단지 목구멍에 풀칠하기에 급급합니다"라고 항변하는 노점상인들은 도로교통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소외받고 경찰에 끌려가 폭행을 당하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이자리에 참여한 장애인들 역시 정부측의 뚜렷한 정책하나 없이 소외받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 또한 따뜻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5.18유가족들, 단지 그 시대에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의 인생마저 잃어버렸지만, 그들에게 지금 주어진 것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말도 안되는 검찰측의 발표뿐이다.
  이날 명동성당 근처에는 수백여명의 경찰이 배치되었고, 지하철까지 곤봉을 든 전경이 돌아다닐 정도로 분위기가 삼엄하였다. 반면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여성과 노약자가 대다수인 노점상, 그리고 몇명의 5.18유가족이었다. 정부가 그들에게서 폭력시위의 가능성을 잃었다면, 그들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혈기 왕성한 학생들의 시위때는 정권이 무너졌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문민정부라 자칭하고 있다. 이러한 문민정부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소수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정부는 최소한의 인권마저 생각하지 않고 반정부 외침을 힘으로 막으려는 군사정권의 모습 그대로였다. 집회참가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합당한 항변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었다.
  소위 위정자들은 이제 민중의 실체를 직시해야만 한다. 못배우고 돈없고 소외받는 국민들을 저버렸던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말이다.

 최혁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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