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삶, 뜻, 소리'공연을 보고

  '어느 누가 이을 건가, 어느 누가 이을 건가, 남누리 북누리 갈라진 우리누리, 우리뿐일세, 우리뿐일세, 이땅을 딛고 살 우리뿐일세, 함께가세, 함께 가세, 해방의 큰 춤 추며 남누리 북누리 하나되는 그 날까지··· 함께가세, 통일의 큰 춤 추며 남녘땅 북녘땅 통일되는 그 날까지'
  광복 50주년을 맞이하여 민족음악협의회 주최로 '민족의 삶, 뜻, 소리'공연이 서울 문예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지난 1, 2일 양일간 마련되었다. 이번 공연은 우리 역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민족의 삶과 더불어 함께 되새겨 보고자 한 행사였으며 '민족의 혼 그리고 소리, 우리가 걸어온 50년의 역사, 민족의 대단결' 등을 주제로 민족음악 진영의 소리꾼들이 대거 참여해 총 3부로 진행되었다.
  김덕수와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우리가락으로 막이 오른 1부 무대는, 한민족의 웅장한 태동부터 많은 시련을 거쳐 해방 되기까지를 소리와 몸짓으로 그려내었다. 고난의 역사를 처절한 몸부림으로 표현한 '춤세상'의 공연과 젊은 국악인들의 모임인 '소리사위'의 아리랑 연주는 울분과 한의 민족적 정서가 은은히 배어져 나와 관객들과 공감대를 이루었다. 이어 진행된 2부는 우리가 걸어온 광복 후 50년의 역사와 함께 민중가요의 발자취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자리로 꾸며졌다. 광복 직후 해방의 기쁨을 노래한 40년대 민중가요부터 70년대, 그리고 현재 90년대의 민족 음악 일꾼들의 자취가 슬라이드로 상영되어 가요와 역사의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흐름을 한 눈에 감지해 낼 수 있었다. 그외에도 노동가요의 메카로 불리우는 노래패 꽃다지, 음반 사전심의 철폐 운동 선두주자 정태춘ㆍ박은옥 부부, 민족 Rock 그룹 천지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마을, 민족음악연구회, 안치환, 김현성씨 등이 출현해 그들의 대표곡과 민중가요들을 연주하고 노래해 풍성한 무대를 장식하였다. 특히 민족음악연구회의 공연은 전통음악의 창조적 계승과 서양음악의 주체적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국악과 양악이 조화로운 음률을 자아내며 청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아냈다. 그리고 북에 자유로이 갈 수 없는 현실을 통절하는 박은옥씨의 '민통선의 흰나비'라는 노래는 우리들의 통일에 대한 갈망을 더욱 애타게 했다. 이러한 갈망으로 3부에서는 민족의 대단결로 우리의 최대 과업인 통일에 가다서자는 염원을 희망적으로 나타내었다.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쉼없이 굴러가겠다는 어린이 노래패 '굴렁쇠'의 무대는 통일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해서 약 3시간에 걸쳐 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민중의 소리를 담아낸 이번 공연은 막을 내렸다.
  아직도 우리는 민중가요와 문화공간 확보와 공식적 공연이 어려운 현실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공연은 조금이나마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애쓴 무대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많은 출연진과 다양한 장르를 다뤄서 공연의 이어짐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과 지방의 민중가요 단체들은 참여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대중들과 호흡하고 그들에게 다가서는 새로운 문화양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된 의미있는 무대였다.

 육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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