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 충대人 Season2 - 한진수 동문(영어영문ㆍ74학번)

 지난해 여름 미국 서부지역을 방문해 동문들의 소식을 전했던 ‘세계속 충대人’. 올해는 10박 11일 일정으로 캐나다의 밴쿠버와 토론토를 방문해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문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 속에 적응하고 뿌리내리기까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그들의 삶. 지구 반대편에서 선배들이 전하는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밴쿠버에 도착한 첫날 아침, 인상 좋은 아저씨 한 분이 기자 일행을 데리러 왔다. 자기 일로도 바쁠 텐데 하루 내내 기자 일행을 데리고 다니며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스탠리 파크(Stanley Park) 등을 안내해준 이는 우리학교 영어영문학과 74학번 한진수 동문.
 스탠리 파크의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그와 짧은 담소를 나눴다.


 1970년대의 충남대로 타임 슬립!
 ‘74학번’으로 우리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 한 동문, 1974년의 충남대학교는 지금과는 다른 점이 많다.
 “제가 영문과에 들어갈 때는 계열별로 뽑았는데, 문과 전체에 90명을 뽑았어요”. 대학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래서 대학생들을 ‘지식인’이라 부르던, 학생들 또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했던 시절이다. “전교생이 2천여 명 정도였던 것 같다”고 기억하는 한 동문의 이야기는 “2만 학우” 소리를 심심찮게 하는 요즘으로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한 동문이 다닐 때의 영문과는 한 학년에 남학생 10명, 여학생 10명 정도로 총 20명이 전부였다. 그나마 남학생들이 대부분 군대에 가면 한 클래스라고 해야 열네 명 정도다.
 그렇다보니 교수님과의 관계도 친밀한 편이었다. “학생 개개인의 성격과, 사정, 목표 같은 것들을 잘 알고계셨고, 우리들도 어려운 일 생기면 개인적으로 찾아가 상의도 하고 친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한다.
 한편, 당시는 한창 학교 이전 사업이 진행되던 때였다. “제가 입학할 때는 캠퍼스가 문화동에 있었는데, ‘태극정원’이라고 하는 아주 자랑스런 정원이 있었어요”. 현재 병원 있는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 그곳은 지금의 우리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당시 선배님들에게는 “점심시간에 나와서 기타도 치고, 한쪽에서는 얘기도 나누고 철학도 나누고 그런 좋은 추억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들의 ‘막걸리 동산’과 비슷한 장소가 아닐까.

 이민, 결심과 철저한 준비
 한 동문은 졸업 후 주택은행에 입사했다. 그가 처음 맡은 일은 대출 업무였지만 대리가 되면서부터 ‘단순한 은행 업무보다는 뭔가 하나 기술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전산 업무를 지원했다. 은행에서 프로그래머 교육을 2년동안 받고, 배운 기술로 은행 공동망 서비스, ARS 등 당시에는 아주 획기적인 기술에 관한 일들을 했다.
 그가 이민을 결심하게 된 것은 1986년. “외국 출장을 다닐 기회가 좀 있었는데 미국, 캐나다를 한 달 동안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유가 있는 자연과 사람들을 보고 ‘나도 가서 살 수 있겠다’, ‘내가 갖고 있는 기술과 정열을 가지면 어디 가서 살아도 내가 주민으로 살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습니다.”
 확고한 결심이 있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 준비기간은 무려 10년, 이민을 온 것은 1997년이다. “이민을 오기 직전은 전산정보부 담당 차장을 했을 때인데,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4백50명이나 있었고 안정된 직장과 여러 가지로 크게 부족한 게 없었기 때문에 ‘굳이 내가 쌓아온 걸 다 버리고 내가 새로 시작하는 데로 가야되나’ 하는 갈등은 사실 좀 했습니다.”
 마지막 사직서를 낼 때까지 한 달 정도 고심을 하다가 처음 먹은 결심을 결행한 한 동문, 목표가 실행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충남대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이민 이후 11년 째 캐나다 생활을 해오고 있는 한 동문은 한국에서의 기술을 살려 프로그래머 일을 하다가 현재는 ‘UPS Store’를 운영하고 있다.
 하이데거와 니체를 무척 좋아하고 그들의 책을 많이 읽는다는 한 동문은 “젊었을 때 우리는 자기의 삶을 설계하고 한계를 넓히고 상승시키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을 후배들에게 전한다.
 “세상은 한없이 넓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이 얼마든 열려있으니까, 우리 후배님들도 가급적이면 서울, 한국에 국한되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새로운 눈과 새로운 정열로 자기를 상승시키고 발전시키는 개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학교가 자랑할 것은 많은 학생이나 자본, 넓은 캠퍼스가 아니라 뛰어난 인재입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그런 인재들이 우리학교에서 많이 나왔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김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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