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적인 비엔날레

  “어디 가십니까?”  “망월동 묘역이요.”
  “처음 오나보지?” “예....”
  “15년이나 지난 지금 이제서 무엇하러 왔서? 진작에 왔어야지.”
  광주 망월동 묘역으로 가는 길의 택시 운전사 아저씨의 허탈하고 약간은 원망이 섞인 말씀이시다.
  그렇다. 우리는 5월 광주를 잠시 잊고 있다가 이제야 다시 또 울분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5ㆍ18 불기소 처분’ 문제로 또 한번의 상처를 참아내야 할 광주.
  그러나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이라곤 언론매체를 통해 ‘광주 비엔날레’를 ‘더 높게, 더 멀리, 더 넓게’ 띄우는데만 혈안이 되었다. ‘5ㆍ18 공소권 없음’ 이라는 판결에 가장 큰 항쟁의 도시가 될 그 곳 ‘광주’를 축제의 물결로 뒤덮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 지난 20일부터 광주 망월동 5ㆍ18 묘역 일대에서는 또 하나의 다른 ‘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비엔날레의 백분의 일도 안되는 적은 예산으로 광주ㆍ전남 미술인 공동체회원들과 광주지역 뜻있는 작가들, 그리고 전국의 민족 미술인들이 어렵게 마련한 광주 통일 미술제(ANTI KWANGJU BIENNALE)가 바로 그것이다.
  “광주 비엔날레의 부당성을 인식해 오던 중 우리의 형편에 맞고, 광주 정신을 올바로 구현하는 참다운 미술제를 개최해 보자는데서 이렇게 뜻을 모았습니다.”
  그들이 마련한 옥외거리 전시장이라고는 나무판에 못질을 하여 작품들을 걸어놓고 24시간 들르는 관람객들을 위해 백열등을 달아놓은 것이 전부였다. 더구나 좋지 않은 날씨 탓인지 작품위에 비닐을 늘어뜨린 모습은 광주 비엔날레의 으리으리한 전시장 속에서 갖가지 첨단 장비와 현란한 조명들로 멋을 낸 것과는 사뭇 대비되어 씁씁한 맛이 느껴졌다.
  정부는 ‘비엔날레’라는 허울좋은 가면을 쓰고 국민들을 다독거리며 우롱하고 있다. 이제 가면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단장하지 않은 맨얼굴로 국민들의 정당한 심판을 받아야 할 때다. 수천억원의 국민들의 피로 엉뚱한 행사나 개최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힘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을 위해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5ㆍ18관련자들의 잘잘못을 확실히 가려내고 처벌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줄로 안다.
  진정한 5월 광주의 피를 성스럽게 여긴다면 우리는 과연 광주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두가지 행사중에 어느것에 더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야 하는 걸까?

 

육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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