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버릇

 취중진담
  최근 외국 술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보드카' 술 광고인데 내가 생각하는 술의 의미와 비슷해 몇 자 적어 보겠다.
  붉은 색조를 띄고 있는 한 술집에, 무색무취의 술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갑자기 술병을 들고 그 술병을 통해 비춰진 인간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술을 통해 본 인간들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얌전한 숙녀는 흡혈귀(뱀파이어라고도 하더군요)로, 또 늙은 남자는 큰 구더기로 변하는 등 선하게 생긴 사람들이 술병을 통해서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남자는 결국 자리를 옮겨 거울앞에 선다. 왜? 술병으로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리고 광고가 끝난다.
  난 이 광고를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취중진담’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술은 인간을 변하게 한다. 아니, 변하게 한다는 말은 조금 벗어난 것 같고 인간을 가장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잠재의식속에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끌어내게 하는게 바로 술이라는 매개체가 아닐까? 그리고 이 잠재의식을 조금 짧은 말로 바꾸면 바로 '술버릇'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약간의 염세주의자인 나에게는 요게 정답같다.

 남     이상재(영문ㆍ1)

 
 첫 술은 어른께
  대학생과 술!
  이 두가지는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 2학년이나 된 나는 아직 나의 술버릇을 발견하도록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언젠가 한 번 기회가 있었는데, 그 얘기를 적어보려 한다.
  1학년 이맘때 쯤 어느날, 부모님이 갑작스런 여행을 떠나게 되신 적이 있었다. 난 이때다 싶어서 단짝친구를 집으로 끌어들였다. 언제 한번 꼭 술을 취할때까지 마셔보자고 약속했던 친구와 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 거실에서 우리들의 실험을 시작했다. 첫 잔을 멋지게 들어 완샷을 외치며 꿀꺽꿀꺽. 그러고서 한 1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친구가 머리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동성친구라지만 보기에도 민망하게 온몸을 긁어대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은 그 친구의 첫 잔 완샷했을 때의 술버릇이라나···. 그것도 모자라서 이젠 내 무릎까지 베고 쿨쿨 자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어쩌면 그랬던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것을 지금은 깨닫는다. 옛말에도 첫 술은 어른에게서 배워야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이 모두 나쁜 술버릇을 습관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대책없는 술버릇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여     김은경(철학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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