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도 일제의 잔재를 벗어버리자

  지금으로부터 약 5백년전 민중을 깨우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한글이 우리의 실용언어로 자리잡은 시기는 불과 1백년도 안된다고 한다. 좋은 목적으로 여럽게 만들어 졌던 한글은 세종대왕의 서거후 후대에서는 빛을 보지도 못한채, 그 창제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지식인이라 일컫는 양반들 사이에서는 한글을 천한 언어로 인식하였다고 하며 오히려 서민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하며 깊숙히 보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글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전세계 언어 중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언어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일로 549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은 오늘에 있어 세계적으로 그 공신력은 높아만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로 중앙지인 중앙일보가, 지난 12일에는 충청지역 지방지인 동양일보가 전면적인 가로쓰기 편집체제로 전화되었다고 한다. 대학신문과 주간지를 포함한 모든 인쇄매체가 가로쓰기 형태로 변화해 왔지만 유독 일간신문은 부분적으로 세로쓰기 편집을 고집하며 변화를 거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일제시대의 대표적인 잔재물이 신문이었다는 것과 지금까지 한글보다는 한자로, 가로쓰기 편집보다는 세로쓰기 편집형태로 우리 생활에 깊숙히 침투해 버렸다는 점이다. 시대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이를 이끌어야 할 신문이 대표적인 일제의 유물이었다는 점에서 일제 잔재물을 청산해야 될 우선 순위였던 것이다. 일제시대에 우리말을 차츰 없애버리려는 전략으로 신문의 형태를 자신들의 기호에 맞춰 이용했던 것이다. 전세계에서 한자쓰기와 세로쓰기를 지향하는 나라는 이웃나라인 일본과 한국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36년간의 치욕스런 시절을 신문이라는 매체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의 치부인 것이다.
  대학신문이 한문에서 한글로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변화를 시도한 지 이미 몇 년이 지났다. 모든 대학신문사는 전면 가로쓰기를 실시하고 있으며, 극소수의 대학신문을 제외하고는 한글체제로 변화되었다. 하지만 일간지를 포함한 신문은 아직도 한문 투성이나 세로쓰기 편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말에 맞는 편집형태가 가로편집이 어울린다는 사실은 지식인층에 의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고, 대다수 독자들도 이를 원하고 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일간지를 포함한 신문이라는 사실은 우리말의 독창성과 자주성을 주장하는 오늘, 우리에게 공허한 물음을 던져주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로 창간 41주년을 맞이하는 '충대신문' 역시 89년에 한글전용으로, 86년에는 완전한 가로쓰기 신문으로 탈바꿈하여 독자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나아갔다.
  일재의 굳은 잔재를 벗어버리고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꾼 중앙일보와 동양일보의 모습은 신문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본연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에 따라 다른 신문 역시 한글과 가로쓰기의 정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말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시점에 지금도 나이많은 학자나 지식인들은 유독 세로쓰기를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다. 광복 50주년을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일제의 유물을 가지고 있는 다른 신문들과 극소수의 지식인들에게 우리말에 맞는 언어생활을 이끌어 주길 당부하고 싶다.
  우리말이 세계 제1의 언어라는 자부심과 함께.

 

편집국장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