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은 너희들의 활동과 노력의 거울이란다"

  우리신문 창간 41주년을 맞아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제작과정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신문이 나오기까지'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충대신문이 제작되는 과정을 충대신문 출신 선배가 현직기자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담아보았다.     -편집자 주-

 

  오늘도 밤늦도록 신문사에서 고민하고 있을 후배 수진에게

  어느새 낙엽을 밟아 부수는 일이 별스럽지 않은 일이 된 가을의 쌀쌀한 밤이다.
  오늘밤에도 넌 어김없이 신문사에서 원고마감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한창이겠구나. 청탁한 교수님은 글을 다쓰셨는지, 낮에는 수업이다 과체육대회 참석이다 등등으로 신문사에 붙어있지 않던 부서 후배는 글을 잘 쓰고 있는지. 무엇보다도 너에게 주어진 적지 않는 분량의 기획기사에 골머리를 앓고 있겠구나.
  원고마감(Dead line 이라고 불리우는)이 오늘밤 널 밤 늦도록 집에도 못가게 발목을 붙들고 있는 이 작업후엔 우리 신문의 조판이 이뤄지는 대전일보에 가야겠구나. 학생들이 연습장 뒤에 적어서 들고온 여론 글에서부터 교수님의 학술면 원고, 기자들이 쓴 취재기사. 컴맹이었던 네가 기사를 디스켓에 내장시켜 조판소인 대전일보에 가야한다는 현대문명의 요구에 HWP를 깨쳐가고, 비록 학과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기획을 위해 대중문화론, 여성문화론, 음악, 미술 한번씩은 책이라도 들추게 되었지. 비록 거북이처럼 느린 타자속도지만 늦게까지 작업한 디스켓 한장의 원고를 들고 나서는 가벼운 발걸음의 대전일보행. 하지만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구나. 학생기자들의 더딘 일솜씨가 조판작업을 함께 하는 대전일보 직원들에게는 퇴근을 늦추는 짜증요인이고 그러다 보니 날아오는 구박과 질타. 취재다니며 사람을 만나며 두터워진 얼굴이지만 그래도 화나고 서러울게다. 그래도 꿋꿋하게 못들은 척하고 대전일보를 내집 안방 누비듯 돌아다닐 것이 상상이 가는구나.
  그렇게 작업을 끝내고 유일한 개인 시간이자 휴식시간인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이면 아침부터 설레임이 일거야. 지난주 전쟁터에서 했던 작업의 산물인 충대신문이 인쇄되어서 학교에 오는 날이니까. 월요일 낮이면 어김없이 하나 둘씩 기자들이 모이고, 방금전 윤전기에서 순환운동을 마친 뜨끈뜨끈한 신문을 받아들면 지난주 고생은 거기에 다녹고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지.
  그렇게 배포가 끝나면 괜히 신문을 집어가는 학생들, 펼쳐서 훓어보는 학생들의 하나하나 행동이 예사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고민들은 모여서 평가회의로 이어지겠지. 전체 기획의도나 글의 내용에서 부터 작게는 오자찾기까지. 평가회의는 지면에 담겨진 너희들의 생활과 신문사의 체계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기에 또 그렇게 진지할 수 밖에 없고.
  오늘도 나는 취재수첩을 들고 카메라를 맨 너의 모습을 학내 곳곳에서 찾을거야.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너희들의 모습은 느슨해진 내 생활의 채찍이고, 학우들을 대변하는 활동적인 지면의 거울이니까.
  신문 만든다고 학과공부 등한시 하지 말고 날씨 추워지는데 건강조심해라.
  대학의 마지막 가을을 맞은 선배가

 

정은정(충대신문 43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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