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대학원생만 증원

  최근 우리나라 대학들이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나가기 위한 노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세계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구호에 발맞추어 ‘대학원 중심 대학’,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말이 전국 대학에 무슨 유행인냥 번지고 있고 그에 따른 행동이 각 대학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그 일환으로 얼마전 우리학교도 학과 통폐합과 대학원 증과 및 증원을 발표,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으로 있다.
  현재 대학들이 기존의 ‘학부 중심 대학’에서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나가기 위함은 학문의 질을 높이고 그 학문을 다음 세대로 연장시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것으로써 학문의 발전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대학원 중심 대학’이 내세우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학원 중심 대학’은 대학운영의 중점을 학부보다 대학원에 둔 것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 현실과는 맞지 않아 ‘대학원 중심 대학’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학원생이 많다라는 외형적인 측면 이외에는 연구비나 시설물, 교수인원 등의 부분에서는 ‘학부 중심 대학’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국내에서 외형적일지라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는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이하 과기원)과 포항공과대학 뿐이다. 우리학교의 경우도 ‘대학원 중심’이 아니라 ‘학부 중심의 대학’이다.
  지난달 19일 우리학교는 96학년도 대학원 증과와 증원에 대한 발표를 한 바 있다.
  증과는 석사과정에서 이학ㆍ공학 분야이고 박사과정에서는 인문ㆍ공학ㆍ자연분야, 증원인원은 3백 28명으로 우리학교 대학원의 총 인원은 3천2백24명에 이른다.
  93년도 이후 매년 꾸준하게 1백명 이상씩 양적으로 팽창한 대학원은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나가기 위한 우리학교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의 경우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 팽창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크게는 연구 기자재의 부족과 대학원 수업을 하는 교수의 강의 과중을 통한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없다는 점과 장학금 등의 연구비 지원의 미비 등을 들 수 있다.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는 한 학생은 “우리 학교는 연구 시설이 부족하고 미흡하여 연구시 어려운 점이 많다”라며 “대학원에 전공을 더 깊게 공부하러 들어온 것인데 연구기자재 면에서는 학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학교의 실험실습기자재 보유 현황을 보면 기준 내인 4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학부와 대학원이 실험기자재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의 연구시 실험기자재의 부족은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학교의 교수들은 대학원 강의 평균 3.1시간(대략 1과목)과 학부 강의 평균 시간 7.2시간(대략 2과목 이상)으로 총 10시간 이상이 배당되어 다른 대부분 대학의 교수들의 경우와는 비슷하나 소위 ‘대학원 대학’이라 할 수 있는 과기원과 비교하면 강의부담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과기원 교수들은 대학원 강의가 3시간(1과목), 학부강의가 3시간으로 총 6시간이 배당된다.
  우리학교의 교수들은 강의부담이 크기 때문에 연구보다 수업에 치중하게 되고 열악한 교육환경이 이것에 가세를 더해 우리학교는 ‘대학원 중심,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길은 멀게만 생각된다.
  대학원 박사과정의 한 학생은 “외국에 비해서 본질적으로 질이 떨어진다”며 “우선 교육당국의 지원이 빈약하고 장학금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ㆍ공계열과 인문ㆍ사회계열간의 학문이 불균형적으로 발전한 것도 해당된다”라고 말해 대학원 중심의 대학으로의 발전에 큰 걸림돌을 지적했다.
  물론 우리학교도 연간 장학금을 늘려가고 연구비 지원이나 실험기자재 구입은 하고 있지만 진정한 ‘대학원 중심 대학’을 위한 교육여건 개선에는 아직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대학본부 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하다”라는 습관적인 말로 교육여건 개선에 대한 책임을 일축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과 비교도 안될 만큼의 교육환경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에게 외국과 같은 연구를 하라는 것은 모순일 수 밖에 없다.
  우선 ‘벌여놓고 보자’식의 교육행정은 당연히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학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대학원 위상이 바로 서는데 우리학교가 힘써야 한다. ‘세계화’를 위한 대학교육의 개혁은 오늘날 엄청난 국제경쟁력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권의 문제임을 교육 당국은 직시해야 하며 기본적인 요건 조차 마련되지 않은 배움의 장은 상아탑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류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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