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사망선고 내리는 ‘영화퇴보법’

  95년이라는 한해가 저물어 가면서 국내외의 여러가지 사건들 중에 현 정세에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비자금으로 이어진 5.18특별법등 정치권에서 움직임으로 주요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한국영화에 있어서 영화탄생 100주년이라는 외양적인 수식어와 상관없이 정부가 21C의 멀티미디어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영상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 아니라,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 한편이 벌어들인 수익이 2년동안 수출하는 자동차 수익과 맞물린다는 수치적 발상에 의하여 영화가 고부가 가치상품이라는 것을 뒤늦게 인식하고 영상산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가 허울뿐인 영화진흥법의 제정을 강행하려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 기성 영화인들이 지적하는 중요한 골자가 영화정책을 집행하는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인 영화진흥공사의 실제적인 개편과 공연윤리위원회를 민간자율 심의기구로의 전환에 의한 가위질 없는 완전 등급심의제로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차지하더라도 이번 문체부의 법안은 소형, 단편, 비극영화의 항목을 추가하여 “모든 영화의 상영전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의무를 규정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창작표현의 자유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문화예술의 창작자에게 검열이란 창의력의 모태가 되는 자유로운 사고나 상상력의 근원적인 제한을 의미한다.
  그것이 정치적인 잣대에 의한 것이건 윤리적인 것이건 마찬가지다. 창작물에 대하여 삭제권한이 주어져 있고, 영화상영 자체를 봉쇄할 수 있으며, 이런 권한을 가진 기구의 장을 문체부장관이 임명하기 때문에 사전심의가 아니라 명백한 ‘검열’인 것이다.
  그러므로 소형, 단편, 비극영화에 검열을 적용하려는 것은 영상산업의 당위성 만큼 상대적인 “영상문화와 환경”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며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는 한심한 발상이며 어처구니 없는 한국 영화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문체부의 영화법안에서 사전검열을 인정한다는 것은 독립영화의 사망선고와 같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독립영화에 있어서 ‘검열’을 수용한다는 것이 지배이데올로기에 투항을 의미한 것이므로 독립영화의 사상적 근거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에 이는 곧 독립영화의 죽음인 것이다.
  그래서 문체부가 상정하려는 영화법안은 영화진흥법이 아닌 분명히 악법으로서 기존 영화법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개악된 독소조항이 있음을 연이은 영화관련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와 주장에 의하여 지적되고 있으며 심지어 이번 회기에서 문체부의 영화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문체부 영화법안의 제정 취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율적 창작여건을 제도적으로 조성, 지원함으로서 영화예술의 질적 향상과 영상문화의 진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이 예시되어야 하는데 극장에서 강제적으로 상영되는 문화영화를 폐지하고 단편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방안도 없다. 문화영화는 텔레비젼이 없던 시절에 필요성이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시대에 언제까지 정권홍보의 차원에서 일반 관객이 거부하는 관람을 언제까지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검열의 굴레는 대학의 영화과 학생들의 영화작업까지 창작주체들에게 실습과정에서의 무한한 창의력과 실험정신을 억압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작업에 지원을 못해주면서 검열의 논리로 1년에 300여편 제작되는 영상물을 규제한다는 것은 정부가 바라보는 영상산업 국가경쟁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아울러 독립영화가 검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불법상영을 전제하여야 한다. 이때 일반극장 상영의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 독립영화의 주요한 상영공간으로 기능해 왔던 대학이나 혹은 집회, 단체의 행사, 시네마테크등도 새법안의 규정에 의하면 불안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독립영화의 일반극장 상영이란 상업적인 고려에서 이미 극장주들의 기피대상이지만 “심의(검열)미필 영화의 상영금지”조항과 위반시 따르는 벌칙 조항의 불이익 때문에도 현실화 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매스컴을 통하여 독립영화라고 알려져 있는 정신대에 관한 기록영화 ‘낮은 목소리’의 동숭아트센터라는 일반 상영관에서의 상영은 ‘검열’을 전제로 가능했었다. 또한 이 영화의 연출자 조차도 검열을 받았기 때문에 독립영화라는 것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성 여부를 차지하고 앞으로 독립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은 물대포와 헬기를 동원하여 공권력으로 상영을 저지하려 했던 “파업전야”의 상영투쟁이 재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문체부의 영화법안이 갖고있는 문제의식을 통하여 독립영화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검열이라는 독소조항을 반드시 철회시켜야 한다.

최진이<독립영화협의회ㆍ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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