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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극 ‘백두산’ 공연을 보고민족의 자존심 백두산이여!
육미진 기자 | 승인 1995.12.04 00:00|(756호)

  우리 민족에게는 일제의 식민지로 서럽고 가슴 아프게 보냈던 역사의 순간들이 있었다. 조선 민중에 대해서 빈틈없는 통제와 함께 항일독립운동에 대한 무차별 탄압이 광범위하게 자행되던 시절…. 어떤 커다란 꿈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단지 내 나라에서 정겹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민초들의 유일한 작은 바램이었던 그 시절…. 
  지난 달 27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는 우리 민중의 끈질기고 꿋꿋했던 일제 저항 독립정신을 ‘가극’이라는,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형식으로 담아낸 ‘백두산’ 공연이 있었다.
  작년 동학농민혁명 1백주년 기념으로 가극 ‘금강’을 공연한 바 있던 가극단 ‘금강’이 이번에는 해방 5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시인 고은의 대서사시 ‘백두산’을 두번째 가극무대로 마련한 것이다.
  추운 날씨에 공연장이라는 난로가 따뜻한 온기를 전하면서 일본 통독부 건물 그림이 내려오는 것으로 무대는 막이 올랐다.
  ‘열다섯살 소년병이 있었네. 모두 그를 외팔이라 불렀지. 날쌔고 용감한 소년 병사는 원수같은 왜놈들과 싸우며 한쪽팔로 믹싱카를 끼고 있었지’
  열다섯살 소년병 바우는 용감하게도 소문난 독립군이었다. 그러나 독립군끼리의 대립을 중재하던 아버지가 같은 동포의 총에 맞아 숨진 이후로 독립운동에 대한 불확신과 회의감에 빠져있다. 늘 식민지 상황에서 힘겨워하는 동포들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대립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고, 여동생 옥단까지 그를 기회주의자, 변절자로 매도해 버려서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피하고 싶다. 숨고 싶다. 차라리 장님이 되고 싶다. 어디론가 끌려가는 동포들, 부황뜬 얼굴로 죽어가는 동포들, 썩은 죽을 먹고 비틀거리는 동포들의 피를 빠는 왜놈들과 조선의 심장에서 함께사는 나는 살아있는 것일까’
  이렇게 고뇌하던 바우는 동생 옥단의 가출과 독립운동에 관한 확신에 섞인 청민의 설득에 힘을 얻어 전재산을 독립운동기금으로 내놓고 자신도 독립전사로 뛰어든다. 하지만 몸은 쇠약해졌고, 계획했던 전투가 승리로 돌아가는 것도 잠깐이고 다시 일본인들에게 포섭되어 바우는 총에 맞아 운명하게 된다.
  “죽음을 사랑하기 이전에 조국의 사람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바우는 조국을 위하는 방법에 있어서 무모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않은 이성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그는 나라의 현실과 자신이 진정 해야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었기에 많은 고민이 그의 삶과 함께 있으리라.
  공연 초반부에 등장하는 세명의 거지들은 암울한 시대의 사건들을 다루면서 침울해질 수 밖에 없는 극의 분위기를 해학적으로 반전시키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그러나 그저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나 뼈아픈 웃음을 제공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또한, 독립군들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동포 여러분! 우리 독립군이 일제를 물리쳤습니다.” 라고 외칠때 관객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고, 백두산에 오른 그들이 조국의 흙이라며 한줌씩 손에 쥐고 울며 절규하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해지며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수난의 시대라고도 불릴 수 있는 일제시대에 독립을 소망하며 조국사랑을 실현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삶을 소리와 몸짓으로 표현하고자 애썼던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아직도 백두산의 절경이 그려진 무대 뒤편의 걸개그림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이제는 사진이나 그림으로서가 아닌 실제 그 곳에 오르고 싶은, 그리고 언젠가는 그 곳에 오르리라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우리들의 백두산으로 신선한 겨레의 숨소리 살아뛰는 백두산으로’

육미진 기자

육미진 기자  webmaster@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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