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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해와 노벨문학상‘세계문학’실현 위한 민족문학 자존심 확립
충대신문 | 승인 1996.01.22 00:00|(757호)

  올해는 문학의 해라고 한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부가 그렇게 정한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문학에 대한 관심을 보이겠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새삼스럽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과학만능과 개발경제를 우선시하는 지배적인 담론에 밀려 거의 질식상태에 있는 문화가 문학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 반갑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정적 상업성이 주도하는 출판문화의 왜곡이 지속되고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ㆍ정치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문예진흥원이 큰맘 먹고 10억원씩이나(!) 예산을 들여 지원하겠다는 문학의 해 관련행사가 정부의 일관성 생색내기로 그치고 말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새삼스럽다는 것이다. 떠들썩한 문학의 해가 오히려 독자들을 진정한 문학의 현실 관련성으로부터 외면시키고 일회성 행사위주의 문화적 허위의식만을 부풀리고 말것 같은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국문인협회’가 주도하는 문학의 해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오늘날 누구라도 웃음거리로 여길 4.13호헌조치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한국문인협회’의 과거사실도 비판했다. 부정한 권력에 굴종했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깊은 뉘우침이 없이 정부가 차려주는 호화로운 잔치에 배불릴 생각만 할 때, 그것은 자기반성을 모르는 성급한 반문화적 시류편승의 또다른 형태가 되고 말것이라는 경종이 울려진 셈이다.
  문학의 해에 더 커질 것으로 염려되는 또 하나의 목소리는 “우리도 노벨문학상을 타자”라는 것이다. 바로 제작년(94년)에 이웃나라 일본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니까 그런 목표가 우리에게로 아주 가까워진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노벨문학상 후보작품이 되려면 어떤 작품이든지 적어도 3개 서양언어로 번역이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어느 한 외국어에 아무리 능통하다고 해도 그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에게 우리문학작품의 문학적 감동을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문학적 감동, 그것은 공산품처럼 수출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자랑삼아 내놓기 전에 우리문학에 관심을 갖고 공감할 줄 아는 외국인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에 그런 외국인이 한 둘 알려지고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그들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방법을 찾는 일이 우선적으로 시급하고, 외국 대학에 개설된 한국학 관계학과와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가 문화민족임을 세계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이다.
  겐자부로 오에가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의 끝머리에서 자신이 재능있는 한국시인의 정치적 자유를 위한 단식투쟁에 참가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또한 스스로를 한국의 김지하와 같은 계열에 속하는 작가라고 명시한 것은 뜻밖으로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권위를 통해서 우리에게도 그만한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대번에 세계에 알려준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의 문화적-문학적 자존심을 확립하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가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서양언어로 번역된 텍스트를 제출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번역 텍스트는 원문텍스트에 대한 제한된 해석의 결과일 뿐이고, 문학텍스트의 완전한 번역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언어의 차이가 큰 서양인이 우리 작품의 번역 텍스트를 상대로 큰 상을 준다고 할 때 거기에 어떤 오해가 따를지도 모르고 덮어놓고 반가워만 할 수 있는 일인가? 오늘날 노벨문학상의 궁극적인 의의는 어느 한 나라 문학의 우수성을 드러내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다른 이 민족간의 이해를 넓히는 바탕으로서 괴테가 구상한 ‘세계문화’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한 첫걸음은 역설적으로 먼저 이 상을 잊어버리고, 우리 삶의 가차없는 진실 추구에 몰두하는 일이다.

안문영(독문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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