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선거, 대동제, 농촌활동, 한총련 출범식

* 학생회선거 - 참여통한 자기성찰 계기


  눈물 젖은 짜장면.
  밑도 끝도 없이 짜장면이 왜 튀어 나오는가. 3류 소설의 제목 같기도 하고, 실연당한 어느 가난한 촌놈의 얘기인 듯하다.
  나는 아직도 지난 나의 새내기 시절 처음으로 겪었던 신선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길들여지고 종속적인 교육을 12년 동안이나 받아오고, 이제 자신의 생각한 바를 누구의 강제도 없이 행할 수 있는 지성인이 된 대학 1년, 11월의 떨어지는 낙엽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내는 어수선했다. 다음해 1년의 학생회를 이끌어갈 학생회장을 뽑는 선거철인 것이다.
  이쪽에선 이러저러한 공약을 가지고 나온 후보의 선거운동이 있고, 저쪽에선 또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서로간의 열띤 경쟁은 투표 마지막까지 치열하다. 개표후 한 후보는 승리하고 나머지는 탈락하게 된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고, 승리의 막걸리잔과 눈물젖은 짜장면이 대조를 이룬다. 바로 이 눈물 젖은 짜장면의 맛이라...?
  대학내의 선거는 여러 후보들이 자신의 여러가지 공약을 가지고 학우 전체의 대표체인 학생회를 이끌고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 학우 대중에 의해 판가름 받아 다음 학년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을 결정한다.
  그러나 내가 겪은 새내기 시절과는 달리, 어느 순간엔가 학내의 선거는 때가 되면 찾아 오는 행사에 불과하게 됐다.
  이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학우들의 무관심은 주인된 자신의 권리를 버리며 선거에 참여조차 않는 상태에까지 이른다.
  ‘참여속의 비판’
  너무나 진부하고 기성세대 정치판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귀라서 더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올바른 권리를 행사하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비판을 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란 생각이 든다. 허무하고 비난하듯 하는 비판이 아니라 더욱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의 그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올해에도 학생회 선거가 있다. 그리고 작년 무산된 총학생회 선거가 남아있다.
  거기에서도 축배의 막걸리와 눈물젖은 짜장면은 교차될 것이다. 기왕지사 1년동안 학생회의 일을 맡기려면 좀 더 관찰하고, 유세하는 모습도 보고 공약도 꼼꼼히 본 이후에 자신있는 한표를 던지는 것이 어떨까.

이건희(회계ㆍ3)

 

* 대동제 - 함께하는 공동체의 장

  겨울이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할 때 쯤이면 봄이 살금살금 우리의 곁으로 다가온다. 유난히 눈도 많고 몹시 추웠던 겨울을 견디어 내고 우리들의 미래이고 새싹인 새내기들이 봄처럼 우리에게 와있다.
  새내기에게 들려줄 것이 무지하게 쌓여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대학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하면 나는 대동제를 꼽고 싶다. 누구에게나 의미를 두고 있는 행사가 다르겠지만, 대동제는 생활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충남대 전체가 하나로 뭉쳐진다는 것 때문에 우리 민족의 통일만큼이나 보기 좋은 모습이다.
  나는 대학 4년을 지내면서 나름대로 다른 학우들 보다는 대동제에 많이 참석한 편이다. 강좌나 세미나 같은 것은 일반 학우들이 듣기에 쉽고 또한 재미있게 주제를 정하되 각자 자기 학과의 전문적인 색채를 표현해 주어 나의 추억속에 많이 쌓여 있다.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가지고 저명한 연사들의 강좌를 듣게 되면 마음 한 구석이 교양으로 꽉 차는 것 같다. 그 밖에 주점이나 공연, 그리고 각과의 특색을 살린 놀이 등등 너무나 좋은 행사들이 많다.
  나는 지난 4년동안 대학생활에서 발견한 것이 있다. 대동제는 TV처럼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 우리는 그냥 지켜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무대도 우리 친구들이 만들고 공연도 나와 같이 강의실을 쓰는 친구들이 꾸민다. 처음부터 마지막 정리까지 준비하고 그 내용도 우리가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공동체를 이룬다.
  나도 여러번 무대를 만들었는데 같이 보고 즐긴 친구들이 웃으면서 칭찬해 주고 같이 느껴주는 것이 그렇게 고맙고 보기 좋을 수 없었다.
  올해 처음으로 입학한 새내기들도 이제는 민족 충남대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대동제의 한 모습을 만들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적는다.
  “새내기들아 너희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너희들의 생각을 도저히 알 수 없단다. 구체적이고 당당한 행동과 실천으로 선배들에게 너희들의 생각과 감정을 펼쳐 보여주려무나!"

 지장근(공법ㆍ4)

 

* 농촌활동 - ‘흙내음’통한 아름다운 노동

  작가 이무영은 그의 소설 ‘제1과 제1장’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흙내음’이 사람의 농촌생활에 대한 향수의 근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흙냄새’를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새내기적엔 농촌활동(이하 농활)을 모꼬지 비슷한 것 쯤으로 받아들여 졌다.
  그러나 모꼬지가 아니었다.
  처음 가보는 서천군 연봉리.
  모든것이 새롭고 옆엔 동기와 선배가, 안에는 젊음이 있기에 즐겁기만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기계모의 빈자리를 채우는 ‘땜빵’이라는 단순노동이었다. 또 모판을 경운기를 이용해 논으로 나르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힘이 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힘이 들게 한 것은 단순반복 이어서 몇시간안에 일이 지겨워졌다.
  힘들고,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피로가 쌓였다. 졸려서 쓰러질 지경인데 교양과 회의, 평가를 하고 잔다고 한다. 5분만 더 잤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 무작정 끌어내어 노래와 율동을 가르쳐 주는 그때 그 선배들의 모습이란 참….
  우리의 2박 3일간의 생활은 이런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분명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산에 숨어지내기까지 하면서 농촌생활을 수행하고 지금의 지지기반을 다지게 했던 그러한 매력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목표일 수도 있고, 이무영이 주장하는 흙냄새 감정일 수도 있고 주름진 미소와 어술한 사투리의 시골 아낙의 모습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농활이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내 밥그릇 안의 쌀을 보던 내가 벼를 보게 되었고 연관의 극단에 있던 사람과 고민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게 했다. ‘내’가 아닌 농활대원으로서 행동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전원적인 농촌을 생각하고 입으로만 흙냄새를 이야기 하는지 모른다. 현실의 인식과 노동의 아름다움속에 흙냄새를 되새김질하는 청년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을 96새내기들에게 가져본다.

김인(무역ㆍ1)

 

* 한총련 출범식 - 새색시의 첫날밤(?)

  94학번 친구들에게 그날의 심정을 물어보면 ‘새색시의 첫날밤 심정’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날은 바로 우리네 삶의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제2기 출범식 날이었다.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만난 쌀수입 저지를 외치던 선배들. ”난, 무서워. 우리 아빠가 데모같은건 하지 말래”하던 동기들.
  ‘도대체 한총련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이길래 이 많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할 수 있는가? 정말 TV나 신문에 간혹 등장하는 이적단체일까? 라는 호기심반 두려움반으로 따라나섰다. 그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난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현실에 눈떠가던 청년학생이었으니까.
  2박 3일의 일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출범식이 열렸던 곳은 5ㆍ18 혁명의 정기가 살아있는 빛고을 광주였다.
  전대협의 역사를 이어받아 통일운동을 중심으로 우리들의 변화되는 의식들과 ‘나’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한총련’의 출범식은 백만청춘의 행사답게 볼거리 또한 많았다.
  난 원래 잠이 많아 어디 큰 행사를 가면 졸기 일쑤인데 그런 내가 2박 3일을 꼬박 지샜다니…
  촛불로 밤을 밝혀가며 지켜보았던 전야제, 수많은 군중속에 휩싸여 알 수 없는(지금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것 같다) 감정의 물결에 벅찼던 가슴.
  내가 지금 만끽하고 있는 이 자유들!!!
  그건 나만의 것도 아니었고 나만의 것이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기에 선배들이 피땀흘려 오늘까지 이른 ‘한총련’은 우리의 튼실한 둥우리인 것이다. 한총련 출범식은 이후 내게 ‘이 시대의 젊은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표와 함께 여러가지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에겐 ‘나’말고도 사랑할 것이 너무 많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 비법을 후배들한테 모두 전수시켜 줄순 없다. ‘첫경험’은 스스로 하는 것이 라고 하지 않는가? ‘너무 야했나?’

 최영연(회계ㆍ2)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