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의 벽을 넘어 자유를 노래하자

  “꼭 한걸음씩, 내가 가야할 길이 멀수록 곁에 서 있는 너의 손을 잡고….”
  매일 12시 30분, 탑골공원앞에서 있는 ‘구속예술인 석방을 위한 거리공연’은 꽃다지의 ‘한걸음씩’으로 시작되었다. 탑골공원에서 장기를 두던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아기를 안고 있는 아줌마, 교복을 입은 여학생, 대학생 등 처음에는 얼마 없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약 1백50명정도가 공연을 보기위해 모였다. 이어 ‘서울에서 평양까지’를 부르는 꽃다지 단원들의 힘있는 목소리와 자신있는 몸짓은 거리공연 36일째임을 의심하게 했다.
  지난 2월 5일, 노래책 ‘희망의 노래’ Ⅰ-Ⅳ집에 반미ㆍ통일에 관련된 노래를 선곡하고 배포하였다는 이유로 원용호 <민맥, 서울매체사랑>씨와 이은진<꽃다지ㆍ대표>씨가 구속되었다. 구체적인 혐의 사실은 ‘갈꺼야’라는 노래가 “국가보안법 철폐 반미투쟁 등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선전선동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사를 분석할 때 전체적인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하는데, 한 대목씩 잘라내어 자의적으로 해석을 해서 이적표현물이라고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알다시피 통일에 대한 열망을 주제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구속사유가 된 책자의 발간이 1년전 심지어는 4년전의 일까지 포함되었는데 이즈음에 구속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으레 선거철만 되면 발표되는 간첩사건과 조작사건의 하나이다. 오랫동안 냉전논리에 젖어온 사람들을 놀라게 하여 여당의 안정유지와 진보적인 비판세력에게 위협을 하고 그리고 지난 해 민주노총 출범이후 노동자투쟁이 고조될 것을 저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동가요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꽃다지의 대표를 구속한 것이다. 이에 그 부당성을 알리고, 사상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권유지에 사용되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하여 2월 8일부터 구속예술인 전원석방까지 무기한으로 공연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안치환, 윤도현 등 여러 가수들이 돌아가면서 공연하는데 오늘은 안치환이 나와 ‘광야에서’와 ‘날마다 날마다’ 그리고 자칭 불후의 히트곡이라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렀다. 박수를 치는 사람들, 따라부르는 사람들, 무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시민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다. 마지막으로 고 김남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자유’를 부르는데 삼일문 뒤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비둘기들을 보며 구속예술인들도 얼른 석방되어 저 비둘기처럼 자유롭게 창작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서기상<꽃다지ㆍ가창팀장>씨는 “별다른 힘든 것은 없으나 앞에 있는 외국어학원에서 항의전화가 와서 매우 죄송하다. 가끔 경찰들이 몰려와 시민들이 다 가버릴 때도 있지만 오히려 격려전화와 격려방문, 앞에 꽃을 놓고 가는 분, 영양제를 사놓고 가는 분들이 있어 매우 힘이 된다”고 했다.
  또한 민미협에서 걸개그림을 그려주고,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와 청계피복노조 노래패가 와서 같이 공연해 주는 등 각종 단체에서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임금낭<학원강사ㆍ28>씨는 “겉으로 문민정부라 하면서 아직도 이런 사건이 일어나니 놀랍다. 얼른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 제 2의 이은진, 원용호씨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87년 6월 시민항쟁때의 거리, 그 민주화 투쟁의 전통위에서 이들은 또다시 거리에 섰다. 민주주의의 기본인권을 짓밟고 통일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어 자신의 목소리, 억눌려 사는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으며 자리를 떠났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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