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성별이 바뀐다면

혼란 

  집에서 부모님들이 농담삼아 “우리 아들이 딸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어머니가 임신을 했을때 내가 여자인줄 알고 이름도 이쁘게 지어 놓으셨단다. 그렇기에 내가 성이 바뀌게 된다면 하루아침에 가슴이 생겨버린 내 모습에 놀라겠지만 화장실로 가서 여자인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시원스럽게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시던 아버지를 그리워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머니께 곱게 큰 절을 올리고 새로운 이름을 하사(?)받아야 하지 않을까? 또 동생에게 이쁜 언니 생겨서 좋겠다고 자랑을 하고 동기에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내 모습을 보여준다면 모두들 놀라서 기절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친했던 고등학교 동기에게 다가가서 내 애인이 되어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 친구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궁금해 지는군!
  그러나 이런 재미있는 생각들만 할 수 있지는 못할 것 같다. 하루아침에 집안 장손이 여자로 변해버린걸 아신 할아버지가 역정을 내시면서 혈압이 높아질 것이고 한참 고민끝에 오십이 다 되신 부모님께 대를 이을 아들하나 놓으라고 강요하실 것 같다. 근데 무엇보다 큰 걱정은 용돈을 아껴서 산 내옷들은 누가 입지? 그래! 충대신문에 무료로 드린다고 광고를 내야지!

남    이정훈(기술교ㆍ4)

 

당당한 여성으로

  문득 우리의 명절 모습이 떠오른다. 남자분들은 함께 정담을 나누시고, 조무래기들은 어울려 다니며 재잘거리고, 부엌에선 동서지간이 모여 음식준비를 하는 참으로 풍요롭고 행복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참으로 이상한 것은 명절이 끝나고 우리 어머니가 늘어놓으시는 “하루를 살아도 남자로 살아봤으면”의 한숨섞인 푸념인데, 어머니들께 명절은 하루종일을 부엌에서 보내는 날일 뿐 사실 그리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닌듯 싶다. 꼬맹이 철부지였을 때는 남자가 되면 뭐가 좋으냐고 여쭤보기도 했지만 조금씩 세상을 보게 되면서 여성이 겪어야 할 그 멀고도 험난한 길에 함께 통탄하게 된다. 그리고 이젠 어머니께 약속을 해드리고 싶어진다. 한국여성이라는 이유로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그 많은 한과 응어리들, 그런것 따윈 없는 세상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한번 신께 부여받은 성을 바꾸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상을 바꿔보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고, 이젠 여성도 일어서고 있다. 더이상 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확신한다.
  나는 당당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맘껏 누리며 알차고 멋진 삶을 살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여    권영선(무역ㆍ3)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