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 말자

  흔히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이 말은 어쩌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시대 의식 흐름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적당히 무시하면서 상대할 가치도 없다, 그냥 슬쩍 비켜가면 된다, 알아서 잘 살겠지 알게 뭐야, 라는 식의 이기주의에 감히 ‘더러워서’라는 단서를 붙이곤 한다.
  결코 ‘무서워서’라면서 자신을 낮추지는 않는다. 그런데 막상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더러워서건, 무서워서건 어쨌든 ‘피한다’라는 사실이다. 지금 학내는 시기에 어울리지 않는 총학생회장 선거로 분주하다. 1만8천명이라는 대가족을 거느리고 이끌어갈 총학생회장을 96년이 시작되고도 3개월이 지나서, 선거가 치러진다고 해도 사실상 학생들과 관련된 사업은 약 10개월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총학생회장 선거를 이제서야 치르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우리학교는 제 27대 총학생회장에 ‘자주청년’과 ‘행동지성’이란 모토를 달고 두 후보가 나섰다. 자신의 열정과 공약으로 늦은밤에도 도서관이며 기숙사 등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대다수 학생들은 그들을 보면서 우리학교의 미래를 희망으로 예견했다. 그리고 선거를 치렀고 학생회 선거에 관심이 없는 타 대학 추세와 전년도에 비해 높은 투표율을 보일 수 있었다. 선거 개표 당일, 초조하게 진행되던 개표에서 두 후보의 표 차이가 무효표보다 적어 선거법에 의해 재투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이후 사건은 이상야릇하게 전개되어 결국은 두 후보간의 ‘도덕성’ 시비로 맞물리게 되었고 관심있는 눈초리로 지켜보던 학생들은 어느 순간 그들의 모습에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다’, ‘운동하는 학생들에 대해 전적으로 실망했다’면서 재투표가 된다고 해도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의견을 표명하곤 하였다.
  결국 사태는 한 후보의 ‘자격박탈’과 나머지 후보의 ‘자진사퇴’로 종결되었고 96년도 개강과 함께 다시 선거를 치룰 것을 기약하며 ‘전국대학선거 3대 이슈’로 거론되던 불미스러운 총학생회장 선거는 일단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제 27대 총학생회장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던지 ‘피한다’라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지난해 선거가 파행적이었든, 편파적이었든 우리는 그저 피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물론 이런 판단이 성급한 노파심에서 비롯된 우려일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들에게 비춰질 이번 선거는 선배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의아해하는 후배에게 그저 예년의 ‘현상’만을 얘기하면서 ‘피하기’를 조장한다면 작년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러우면 피하지 말고 깨끗이 치우면 된다. 무서우면 맞닥뜨려 싸워 이기면 된다. 주체적으로 내일처럼 맞이하자. 더이상 방관자의 모습을 보이지는 말자.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혹시나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며 ‘더러워서…’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없기를 바라며 잘못된 과거를 딛고 새로운 각오로 우리의 학생회를,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나갈것임을 굳게 믿어본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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