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은 기억

오래전 그 날 

  잊고 싶은 추억 하나.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추억이 있을게다. 나에게도 예외없이 그 쓰라린 추억이 하나있다.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있을 그런 추억 아닌 추억. 그렇다고 이건 군대얘기가 아니다.
  그때 그 여인은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었다. 그 시절 대학 1학년때 우린 사랑이라는 말이 어색했었지만 서로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다. 2학년으로 올라오며 난 여러가지 일로 인해서 군대라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군대는 가게되었고 우리는 서로를 잊지말자고 다짐했었다. 휴가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고, 다짐도 했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위기가 오듯이 우리에게도 그 위기가 오고야 말았다. 한참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이 인기있던 그 무렵, 그 노래가 결국 나의 노래가 되고야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기의 상병시기를 넘기지 못한 우리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고 더욱더 멀어지게 되었다.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남들처럼 되고 만 것이다.
  이제 제대를 하고 갈곳없는 복학생의 마음으로 그 시기를 가끔 생각해 보기도 한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지금도 가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서 그때의 작은 추억으로….
  그 기억이 나에게 아직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작고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지금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에게 소홀하지 말고 그의 어려움을 잘 알고 그 고민을 같이 풀어가려고 노력하길 바란다. 나의 오류를 되풀이 하지 말고….

황인천(한문ㆍ2)

 

설상가상
  ‘으악! 늦었다.’ 무정하게도 시계는 7시를 넘어 조금이라도 꾸물거렸다가는 지각하기 십상이었다. 전날밤에 늦게까지 TV보다 공부 안한다고 엄마한테 혼이 나고서 심통을 부리며 잠을 청했는데 그만 늦잠을 잤던 것이었다. “엄마! 도시락.”
  부략부랴 챙기고 간신히 버스를 탔건만 버스는 콩나물 시루였다. 끙끙거리며 한동안 온몸에 힘을 주며 서있어야 했고 배는 밥을 달라며 야단이었다. 버스가 학교 앞에 도착하자 서로 먼저 내리려는 사람들로 난리였다.
  그 바람에 난 그 욕심많은 두사람 사이에 폭 끼이고 말았다. 순간 위험신호가 켜졌지만 몸은 움직일 수가 없었고 이미 바닥에서 떨어져 허공에 머물렀다 싶은 순간 “으~악!!” 시꺼먼 아스팔트 위로 난 주저앉고 말았다.
  잠시나마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반사신경은 왜 그리 둔한지….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자니 따가운 시선을 느꼈고 그때서야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서서는 교문을 확인한 후에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수많은 남학생과 여학생들의 볼거리였다는게 어찌나 창피하던지. 100m를 달릴때보다 더 빨리 달려 교실에 들어와서는 숨을 고른 후 내 모습을 살펴보니 구멍이 난 스타킹 사이로 빨갛게 엉긴피가 보였다. 그제야 엉덩방아 찧은 엉덩이와 상처가 아프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침에 유일하게 챙겨 온 도시락은 가방속에서 교과서들과 전쟁중이었다.
  그날은 정말 잊고싶지만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박미정(철학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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