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16대 총장 송용호 교수를 만나다

 대학교 생활 4년간 총장님과 얼굴을 마주치는 학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 평소 학우들이 보는 총장의 모습이란 공식석상에 잠깐 나와 몇 마디 축사를 남기고는 바삐 사라지시는 학교의 어르신 정도가 아닐까. 구성원들, 특히 학우들이 느끼기엔 다소 높고 먼 곳에 계신 우리학교의 대표다.
지난 2월 14일 건축학부 송용호 교수가 16대 총장에 취임하면서 우리학교는 총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앞으로 4년간 우리학교의 대표로서 일할 송용호 총장을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본다.

 지난 15대 총장 선거에 이어 두 번째 출마였는데,  총장이 되고자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대전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지역 출신 교수로서 우리 대학에 대한 관심도 물론 남달랐습니다.
 예전에 우리학교가 지역사회로부터 유리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고 ‘학교를 바로잡아보겠다’, 소위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생각해 교수협의회장에 출마했습니다. 그러나 그 힘에는 한계가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은 정식 학칙기구화됐지만 당시에는 임의기구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지역과 유리되는 것을 바라볼 수도 없었고, 그것이 하나의 출마 배경이 되었습니다.
 당선 때도 이야기했지만 나의 구호는 ‘우리 충대’입니다. “우리 지역과 함께 세계로 나가자”. 이것이 내 공약, 내 정신의 기본바탕입니다. 그렇게 하려고 총장이 된 것입니다.

 다른 학교 총장님들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사람 능력은 똑같아요. 누가 더 얼마만한 사랑과 관심, 열정과 꿈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인데, 보통 막연하게 도저히 되지도 않을 이야기를 하는 것을 공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꿈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꿈을 나 혼자 꿔선 안 되지만 구성원 모두, 지역민 모두가 함께 꾼다면 그것은 결코 안 되는 꿈이 아니라 너무나 간단하게 도달 가능한 꿈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그것은 그냥 되는 게 아니고 이를 위해 우리와 우리 학교가 스스로 낮아져야 합니다. 지역 일을 할 때 총장이 대표가 되고 총장이 앞장서서 지역에 대해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겸손하고 낮아지고 봉사하는, 그런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에서도 우리 충대를 대접해주겠지요.
 내가 타 대학 총장보다 능력이 더 있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의 생각, 열정, 희망과 꿈은 다릅니다.

 임기 중 핵심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선거 때 공약에도 제시했듯 ‘꿈을 이루는 대학,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대학’이라는 희망 아래 두 개의 큰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환경 여건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교수도, 학생도, 지역민들도 수요자일 수 있습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가 여기서 만족할만한 교육환경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들어와서 바깥에 나가지 않고도 여기서 모든 것이 충족될 수 있는 학내 연구, 교육, 생활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내가 시작하지만 임기 내에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신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자발적인 내부 혁신과 발전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시대는 알다시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를 강제로 따르게 하는 시스템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방법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보다는 분위기를 진작시키고 구성원들이 신바람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 특히 학우들이 느끼기엔 높고 먼 곳에 계신데,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생각하고 계신 방법은 없나요?
 나는 특별한 게 없는 사람입니다. 가능하면 모든 행사에 참석하고 싶지만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될 때마다 돌아다니고  볼 생각입니다. 아직까지 2학생회관에 못 가봤는데 점심도 돌아다니면서 먹어보려 합니다. 농생대의 경우 학생식당은 아니지만 교직원식당에 들릅니다. 평이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작은 활동들, 학생들이나 선생님들과 좌담회 같은 것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행사를 열 계획은 없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각종 축제 등에 동참도 할 생각입니다.

송용호 총장님이 교수로 재직할 당시 학생들과 함께 설계한 건축물

 평소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정신없지요. 보통 집에서 6시 30분~7시 사이에 일어나는데, 이것저것 준비하고 나오면  9시 전에는 출근을 합니다.
 주요 업무는 서류 결재 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저께도 국제인삼약초연구센터 설립 MOU 체결이 있었어요. 기관이나 기업들을 방문하며 우리 대학 역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저녁엔 보통 6~7시에 퇴근을 하지만 저녁에도 이런 저런 공식적인 모임들이 있고 하니까 보통 12시나 1시정도에 잠을 잡니다. 일반적인 소시민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죠.

 평소 여가시간엔 뭘 하며 보내시나요?
 그냥 쉽니다. 책을 보거나 운동, 산보를 하는 정도. 가끔 등산이나 사람들이 모이면 골프를 치러 가기도 합니다. 특별히 뚜렷하게 좋아하는 건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건축학과 교수셨나요?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모든 자료가 공개되고 검색 가능하니까 학생들이 정보를 알고 대학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우리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선생님들이 하라는 대로 다 했죠. 그런 점에서 우리들은 참 착한 학생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2때 이과,문과를 정하는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중공업, 중화학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때였습니다. 화공 공장이 막 들어서고 하니까 ‘이과가 좋다더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이과에 지원했지요. 이후 화공과에 지원하려 했는데 점수가 아슬아슬하니까 선생님이 20년 후에 건축학과가 잘 나갈 거라고 하시더군요. 우리가 고르는 그 전공이 무얼 하는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전 건축과에 가면 막노동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그땐 선생님이 원서를 써주셨기 때문에 “선생님이 여기로 가라”하면 대체로 학생들이 말 들었어요.
 어렸을 때는 교수가 된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교수가 뭔지도 몰랐지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보면 참 훌륭하시고 그러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했지만, 꿈이라기보다는 훌륭해 보인다는 그런 정도였지요.

 가족들에겐 어떤 남편, 어떤 아버지이신가요?
 집사람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겐 전형적인 충청도 남편, 충청도 아버지랍니다. 애들이 싫어하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상하지도 않으면서 관심을 안 갖는 것도 아닙니다. 자녀들 일에 너무 개입하지도 않고, 무뚝뚝하지도 않은 그런 아버지입니다.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견정명(見正明)입니다. 볼 견, 바를 정에 밝을 명 자인데, ‘밝고 올바른 것을 보며 살자’는 내가 만든 말입니다. 사실은 그 말 뒤에 신망애(信望愛)라고 해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라는 삼덕, 삼주덕이라 이야기하는 가톨릭의 덕망이 있는데, 그건 안 붙이고 보통 견정명이라고만 얘기합니다. 밝고 올바른 것, 투명한 것, 그런 걸 바라보고 그렇게 살자는 말이죠.

 가톨릭이신가본데 세례명도 갖고 계신가요?
 ‘보나벤투라’. 토마스 아퀴나스라는 교부철학의 대가, 그 사람의 스승입니다. 주교이자 성서 주석학자로, 토마스 아퀴나스가 보나벤투라의 지도를 받아 사상을 정리해 집약한 것이 교부철학입니다.

 존경하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난 군인은 아닌데, 이순신 장군이 제일 좋습니다. 난중일기나 드라마를 통해 나오는 이야기, 살아온 일생이나 이런 이야기들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특별하게 누구를 좋아한다 그런 건 없고, 이순신장군 같은 분. 그렇게 깨끗하면서도 강단 있고 투명하고 구국의 일념으로 살았던 이런 분들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지옥과 천당에 대한 예화가 있습니다. 지옥은  산해진미를 쌓아놓고도 쫄쫄 굶고 있는 반면 천당도 산해진미가 놓여있는데 모두들 배를 두드리며 잘 먹고 있습니다.
각각 아주 긴 젓가락으로만 음식을 집을 수 있는데 지옥에서는 저만 먹으려 하니 입에 닿지 않아 먹지 못하는 거고, 천당에서는 서로 먹여줘서 모두가 배부르게 먹는 것이지요. 그게 소위 말하는 이타인데, 내 것만 챙기지 말고 공동체를, 우리 충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바꿔준다면 우리 학교는 하루아침에 한 단계가 아니라 몇 단계라도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 것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서 내줄 것, 해줄 것을 고민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마음만 바꾸면 세상이 바뀝니다. 지옥이 천당이 되듯 우리 충남대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우리 구성원들이 우리 충대를 위해서 마음을 바꿔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김대진 기자 valentine153@naver.com
 사진 / 이기복 기자   lkb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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