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왕국의 애국심

  술에 취한 사람들로 북적대던 새동네가 유난히도 조용한 날이 있었다. 바로 지난달 27일, 올림픽 출전을 위한 아시아 최종 축구 결승경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업공부, 아르바이트, 장사 등 모든 것을 마다하고 이 날만은 텔레비젼 앞에서 열광하며 연신 한국 승리를 외쳐댔다. 상대국가가 일본이라는 우리 나라 특유의 감정도 있었겠지만 언제나 우리는 국제적 스포츠 앞에서는 ‘애국자’가 된다.
  물론 우리나라를 응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월드컵 한국 유치를 바라고, 일본과의 축구가 이기길 바라는 만큼 바로 코 앞에 닥친 총선을 두고 공정한 선거가 되기를, 민족ㆍ민중의 이익이 되는 정치인이 선출되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얼마나 관심을 두었는지 묻고 싶다.
  과거 일본은 우리나라를 지배했을 때 독립을 기도하는 국민들을 억누르기 위해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는 ‘우민화 정책’을 썼다. 우리말ㆍ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일본의 문화적 풍습을 전파시켜 모르는 사이에, 아주 서서히 일본인으로 흡수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이러한 정책은 제2차 대전 이후 대중매체의 발달에 힘입어 제3세계를 대상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 문화가 척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문화가 무차별적으로 파급되었고 지금도 형성, 유지되고 있다. 원칙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 제국주의적인 문화가 국민들 깊숙이 파고 들었고 권위주의적 정권은 한발 더 나가 스포츠 등을 통해 욕구불만 해소 및 현실도피기능을 극대화시켜 정권안보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바로 문화 제국주의의 가장 커다란 속성중의 하나가 ‘정치적 무관심’임을 철저히 이용한 전략이다.
  우리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 머리는 노랗게 물들이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우민화 정책의 ‘3S’구도라 불리는 ‘스포츠, 섹스, 스크린’을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등록금 협상이 어찌되었든 총학생회장 선거가 어찌되든 상관없이 나만 잘 살면 된다. 대통령이 어떤 연설을 하든, 국회의원 선거가 언제 있으며,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 아무 관심도 없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몇개 땄는지, 국제 영화제에서 어떤 배우가 상을 탔는지만이 관심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밤을 세워가면서 온 국민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국제 스포츠가 얼마만큼 국위선양에 이바지하고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지를 말이다. 이 순간에도 침투되고 있는 제국주의 문화와 아무런 제재없이, 오히려 정권유지를 위해 조장되는 상품화된 문화를 꿰뚫어 봐야 한다. 우리의 1차 관심사는 무엇이어야 하며 말로만 ‘함께’만드는 사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애국하는 길, 나라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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