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논리 벗어날 수 없는 문학상 수상작

  최근의 문학논의에서 대중문학과 상업주의 문학의 차이와 현황에 대한 문제는 점점 더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대중문학이 대세를 점유하는 것이 문학계의 일반적 현상이 되리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면서 문제는 상업주의 문학의 향방과 대중문학과의 관계로 축약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상업주의 문학을 옹호하는 주장의 대부분이 출판시장의 현실론과 대중문학론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그 논리적인 무장도 만만치 않다. 결국 상황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대립이 아니라 진정한 대중문학과 상업주의 대중문학의 관계에 대한 검토 그리고 건강한 대중문학을 정립시키는 과제의 일부로서의 ‘대중 문학론’의 정비라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중문화가 현실적인 대세를 점유하는 상황 속에서 문학의 존립근거에 대한 위기의식도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이 점은 공급이 새로운 수요와 독자의 기호를 창출한다는 대중사회의 문화현상에 대한 문학계와 출판계의 상황인식에도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80년대 후반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문학계간지의 각종 신인상 제도와 문학상 제도도 이러한 인식에 의해 나타난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문학 상이 주로 비영리성을 띤 문학단체 위주의 수상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의 대부분 문학상은 그 대상의 확장과 더불어 ‘출판기획 상품’의 하나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 ‘고급상품’의 생산으로 소비자(독자)의 기호와 취향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이면에는 이미 일정한 한계가 규정되어 있다. 대체로 대중문학의 지향점은 질적 향상보다는 양적인 확장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고급상품의 생산제도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제약은 넘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각 문학전문지의 문학상이 일정부분 독자의 ‘평균적인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상업주의 논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예를 들면 심사기준에서 심사위원인 평론가도 대부분 출판시장의 논리에 의해서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단행본 출판을 전제로 문학상은 출판시장에서 독자의 선택(판매고)에 의해 다시 그 심사위원의 자질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사위원들도 순수한 문학적 원칙에 의해서만 작품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부분 그 작품의 판매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문학상 수상 작품이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원인에는 이처럼 ‘기획상품’에 대한 독자의 기대, 출판사의 광고와 판매전략, 심사위원들이 고려한 독자층의 기호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문학상 심사의 취향에 일정한 ‘유’ 내지는 집단적 동일성을 유발시킨다. 최근 문학상의 일반적 유행을 지적한다면 그건 ‘여성 작가’와 ‘여성독자 취향의 작품의 선호’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문학상의 일정한 유형화와 유행성 수상을 지적했지만 그 작품들의 문학성 자체가 모두 의심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문학상 자체는 자체 검열을 거친 고급상품으로써 손색이 없는 작품구성, 내적 완성도를 대부분은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들 작품이 매너리즘과 유행의 조류를 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발간된 여성주의 문학작품은 이 점에서 ‘폭 넓은 공감대 혹은 동병상련’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또한 여성을 소재로한 문학작품이 하나의 고급상품으로 전락하는 순간 진정한 여성주의의 의미는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문제의식과 그 전망을 암시하고 형상화하지 않는 작품은 천편일률적인 매너리즘으로 쉽사리 흘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양귀자의 여성주의와 그뒤를 잇는, 문학상 수상 여성작가들에게는 단순히 독자와의 공감대와 그들의 기호에만 집착하지 않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홍기삼(동국대 교수ㆍ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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