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목요일 새벽 두시, 세상은 몹시 고요하다. 하늘에 동그랗게 뜬 보름달만이 이 시간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구경거리. 도서관을 지키는 경비원들도 새우잠을 청하고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들도 발걸음을 집으로 옮긴다. 하지만 제3학생회관 2층 충대신문 편집국의 불빛은 아직 살아있다. 일주일간 치열하게 취재를 마친 기자들에게 이 시간 이곳은 전쟁터. 신문에 넣을 기사 작성을 완료해야 할 마감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24시간 풀가동하는 컴퓨터 앞에서 아이디어를 쥐어짜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이들에게 신문사는 무엇이며, 학생기자는 어떤 의미일까? 해뜨기 전, 졸린 눈을 부비는 그들을 취재해본다.

 어쩔 수 없는 신문사
 신문사에 들어서자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기자가 하나있다. 사회부 기자인 예소영 기자. 그녀는 지금 태안을 주제로 한 원고지 30장에 달하는 거대한 르포기사를 작성 중이다. 이 기사의 취재를 위해 태안에서 4일간 현지 주민들과 함께한 그녀. 취재 중 한 할머니로부터 물벼락까지 맞았지만 “태안의 어려움을 학우들에게 빠짐없이 알리고 싶다”는 그녀는 기사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더 나은 르포를 위해 그녀는 3일째 한 기사에 매달려 있다.
 하루하루가 치열한 신문사. 얼마 전 그녀는 이러한 생활에 지쳐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국 일탈, 에피소드, 가출로 사건을 일단락 짓고 컴백했다. 왜 돌아왔냐는 물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신문사 체질이다”고 말한다. 여느 학생처럼 그녀에게도 학과 생활, 영어공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 잊지 못할 사람과의 교감, 도전의 연속인 기자생활 경험, 영원히 남을 섹시한 기사가 그녀를 붙잡았다.

 지지 않는 싸움꾼 대학부
 예소영 기자의 옆자리엔 또 다른 여기자가 있다. 대학부의 오효진 기자. 그녀 역시 시간과의 전쟁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대학부는 학내사안을 다루는 업무이다 보니 그녀의 기사는 짧고 굵으며 많다. 스스로를 “기사 쓰는 기계 같다”고 불평을 하며 “작가가 되고 싶다”, “카지노의 딜러가 되고 싶다” 꿈을 늘어놓지만 우리학교에 합격하자마자 신문사로 달려와 제일 먼저 원서접수를 했을 만큼 그녀 역시 기자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크다.
 그녀는 “소심한 성격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대학부를 선택했다. 대학부는 학교 관리들과의 마찰이 심한 부서이다. 학생으로서 교수들과 교직원들에게 맞선다는 것, 그리고 지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강심장을 요한다. 또한 처음 보는 학우들에게도 언제든 취재가 가능할 만큼 사람에게 스스럼이 없어야 한다. 그런 인고의 과정을 거쳐서 일까? “나는 이제 대담해 졌어”라는 그녀의 말처럼 지금의 그녀는 누가봐도 소심하지 않다. 아니! 정말 대담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전한다. “펜과 수첩을 들고 학내를 배회하는 여자를 피하지 마세요! 그녀는 ‘도를 아십니까’도 아니고 ‘xxx믿으세요’ 도 아닙니다. 충대신문 대학부 기자 오효진입니다”

 좋은신문을 위해 57기 동기들은 오늘도 고민중이다(왼쪽부터 예소영,이기복, 오효진 기자)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나눠 봅시다
 사진기를 들여다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남자도 눈에 띤다. 그는 문화부 이기복 기자다. 그리고 사진을 담당하는 사진기자이기도 한다. 그는 요즘 사진기를 들고 촐랑거리며 돌아다니는 맛에 신문사에 다니지만 아직 영 신통찮은 사진기술에 예민하기만 하다. 그는 다른 기자들보다 조금 늦게 신문사에 입사했다. “대학생활을 조금 누리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타이밍을 놓쳐 1학기 입사를 할 수 없었을 뿐이다. 늦었지만 지금 그는 완전히 신문사에 젖어들었다. 학생기자의 가장 큰 매력을 “기자증을 내밀고 ‘취재 왔습니다’를 외칠 때의 기쁨과 많은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사진기의 플래쉬를 터뜨리는 두렵고도 짜릿한 맛”이라 말하는 그는 “기자의 매력을 같이할 많은 후배들을 원한다”며 개강 후 있을 수습모집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을 내비친다.     

 인터뷰를 마치고 또다시 기자들은 각자의 책상 앞의 컴퓨터와 싸운다. 언제 끝날지 모를 마감. 하지만 신문 제작을 마치고 난 후 교수님과 함께 하는저녁 만찬의 달콤함과 완성된 신문을 들여다보는 즐거움, 내가 쓴 기사를 다른 학우들이 읽고 있다는 전율, 그 순간순간의 감동을 기다리며 오늘도 충남대 신문사는 쉬지 않고 굴러간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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