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과정, 학제 개편 선행 되었어야

 

  교무연구처장 장동일(농공·교수)교수는 “1994년에 우리나라 대학들의 학과는 5백 57개에 달할 정도로 세분화 되어있었다. 이러한 백화점식 학과운영은 학문발전을 저해하고 학생들의 학문 경험 및 전공선택 기회의 저하를 불러왔다”며 학부제의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또 “대학재정운영의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 우리학교도 시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 대학들의 운영체계를 모델로 삼아 들여온 것이 학부제이다. 학부제 속에서는 학생들에게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해 전공 이수학점을 낮추게 된다. 학생들에게 진로와 정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하고 흥미 있는 전공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학문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는 응용학문에 대한 탐구도 한계성을 띄게 되므로 응용학문과 기초학문을 한가지 학부로 묶어 같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학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수요를 충족시키고, 과도한 집중을 막기 위해 적절한 제한적 조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아래 도입한 학부제는 실제 대학에 적용되는 단계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양산하고 있다.   

  먼저 정부에서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재정지원을 통해 정책적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김병욱(국문·교수)교수는 “대학의 재정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재정지원을 도구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이것은 곧 강제조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학부제가 대학에서 수월히 정착하려면 선행되어야 할 개선 조치가 있었으나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에서는 대학 학칙은 대학 스스로 결정하고 바꿔야한다며 대학 자율에 맡긴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겉으로 학부제의 모습만 갖추고 안으로는 학과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장동일 교수는 “학부제 도입의 초기단계에서 학제개편이나 교과과정개편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지금의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수는 전공의 특성에 따라 대학의 조직인 학과, 또는 학부에 소속되어있고, 학생들은 다른 모집단위에 속해 있는 상황은 교수와 학생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해당 소속이 없는 학부제 학생들은 교수의 학생지도 및 교육과정·전공에 대해 교수들에게 지도와 자문을 구해야 하나 구조적인 상황이 그것을 어렵게 만든다.

  탄력적으로 학제를 운영하여야 하지만 재정의 확충과 대학의 특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은 한계성을 지닌다.

  한편 학부제 안에서는 대학 주체들의 자치권에 대한 고려가 없는 실정이다. 구성원들의 소속이 모호해 지면서 학과 자치회는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과대 학생회장 신선미(독문·4)양은 “과 학생회의 활동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학부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의 의사를 모아낼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학부제는 대학들의 실정과 환경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판단이 서지 않은 채로 재정지원을 앞세워 정책을 강요한 교육당국의 정책추진에 문제가 있다. 또한 자체적인 학제개편과 교과과정 개편을 고려하지 않고,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분별없이 학과를 통폐합하는 학교당국의 정책과정에도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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