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영향 우려, 축소 왜곡보도

  노수석군 사망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한마디로 축소와 왜곡으로 얼룩져 있다.
  지난달 29일 시위 도중 을지로 5가 골목에서 연세대 노수석군이 숨지자 이날 저녁뉴스에서 MBC와 KBS는 뉴스 끝부분의 각 지역소식을 전하는 ‘로컬시간’에 단신으로 약 20초동안 노군의 사망소식을 전했고, SBS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노군의 사망시간이 오후 6시30분이었기 때문에 뉴스 제작시간이 촉박했을지 몰라도 MBC와 KBS는 로컬시간전에, 밤8시에 뉴스를 내보내는 SBS는 단신으로라도 이 소식을 전했어야 했다. 총선을 불과 2주 앞둔 시점에서 일어난 노군 사망사건은 총선의 큰 쟁점이 될만한 일이었기 때문에 방송의 이같은 보도행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편 신문의 경우 다음날인 30일자에서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는 1면 왼쪽 아래에 검정 먹판으로 ‘대학생 시위중 숨져’ 또는 ‘시위 대학생 사망’등의 제목에 상보 23면(사회면)이라는 설명을 달고 사회면 톱으로 이 사건을 다루었다.
  그러나 정작 사회면에 게재된 기사내용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숨졌다는 ‘사실’만을 전달할 뿐 무엇을 하다가 왜 숨졌는지에 대한 관련 해설기사가 미흡했다. 또 다음날부터 사회면 준톱 또는 4단기사로 이 사건을 점점 축소했다. 결과적으로 1면에 제목까지 뽑은 주요 일간지의 편집태도는 독자들에게 흥미거리를 주기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노군 사망의 제1보를 이같이 전한 언론은 다음날(30일)과 1차 부검결과가 나온 31일 이틀간에 걸쳐 신문과 방송의 보도행태가 엇갈리게 나타났다. 즉, 신문은 앞서 지적했듯 이 사건을 첫날보다 작게 취급했고, 방송은 주요뉴스로 다루었다. 그러나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언론은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된 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와 열악한 교육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고, 사인에 대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의 소견만 소개할 뿐 사인규명을 위한 대책위의 활동과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의 인터뷰에 무척 인색했다.
  특히 부검에 대한 보도는 정밀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노군이 심장사했다”는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보도해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간간히 단신으로 보도할 뿐 아예 화면과 지면에서 사라졌다. 특히 동아와 경향의 축소보도는 심각했다. 한마디로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원인과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을 멋대로 해석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현상보도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KBS는 4일 노군의 장례식 보도에서 유족들의 허가에 의해 대책위가 철저한 사인규명과 당국의 공개사과가 이루어질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을 “일부 학생들과 재야단체의 반대로 장례가 연기되었다”고 왜곡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그동안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를 축소해온 언론에  그 본질적인 책임이 있다. 언론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면 대학생들이 거리로 몰려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노군이 숨지는 불상사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 사건이 총선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축소와 왜곡보도에 앞장서고 있다.
  언론은 이제라도 노군 죽음의 진실과 그 배경을 낱낱이 밝혀 이 시대의 젊음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

김동훈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ㆍ모니터팀>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