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

  화창한 봄날씨가 절정을 이룬 4월 8일, 교수님과 선배들의 격려를 받으며 우리는 경주로 향했다. 새내기이고 첫 답사이어서인지 적쟎이 기대가 되었다. 답사일정 중에는 예전에 다녀온 곳들도 있었지만, 다시보는 느낌은 여전히 새로왔다. 석굴암, 불국사, 남산, 포석정, 박물관, 안압지 등의 순서로 경주 일대를 돌아봤는데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남산과 안압지이다.
  남산은 답사과정 중에서 가장 힘든 곳이었다. 476M나 되는 산 속을 헤집고 다녀야 했던 이유도 있지만 길을 잘 몰라서 헤맸기 때문이다. 어렵게 찾은 유적들, 이것들은 지치고 힘든 우리들에게 더 없이 시원한 물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게 왠일인가! 석상들의 얼굴 부분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없는 것이었다.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의 맥을 끊고자 다 부수어 버렸다고 한다.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를 힘겹게 하지 않는가!
  다음으로는 답사를 떠나기 전부터도 가장 기대가 되던 안압지를 답사의 추억으로 꼽고 싶다. 안압지에는 그 발굴된 유물만해도 하나의 작은 박물관을 이룰 만큼이나 내용물이 많았다. 못(池)에 실수로 빠뜨려진 것도 있지만 그 대부분이 궁궐이 무너질 때 그 안에 파묻히게 된 것들 이라고 했다. 많은 사치품에서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었고, 생활용품들에서는 신라인들의 세상살이를 엿볼 수 있었다. 그 당시 사람들이 미래의 모습을 갈망했듯이 박물관을 떠나 안압지로 들어 섰을때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유적지가 있다니’ 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당시에 왕족들이 이 뜰을 거닐기도 하고 큰 웃음을 던지며 시 한수를 읊기도 했을 것이다.
  안압지를 끝으로 2박3일간의 답사를 마치면서 많은 생각들이 나를 가만 두지를 않는다. 새로운 감흥을 느끼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배운 것 이상의 느낌을 갖지 못해 답답해 하던 나 자신을 떠올리면서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다. 그 경험의 폭은 반드시 지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경험, 삶의 체험 모두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우리 나라의 문화재를 보고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으면서 “중국이나 로마로 답사가면 안되나요?” 하고 말했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고 문화재부터 ‘제 나라 것을 올바로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애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답사! 이것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되돌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를 돼새김으로써 미래를 밝게 조망하는 것이리라. 경주를 떠나는 아쉬움의 그림자가 내 발목을 붙잡는 것만 같았다.

박지연(사학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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