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주문화의 변혁 주체로

  문화란 인간이 창조해 낸 물질적, 정신적 재부의 총체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인간이 살아가는 풍속, 습관, 교육 그리고 이데올로기(법률, 도덕, 과학, 철학예술, 종교, 언어 등)등 삶 자체를 문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는 지식과 경험, 기능과 수련 등으로 사람의 창조성이 체현된 객관적 대상물로 존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각기 다른 민족 혹은 계급 계층에 따라 독특한 형태를 띨 수 밖에 없다.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대학생이 갖는 일반적인 특성에 따라 대학문화도 독특한 형태를 띠게 마련이다. 정리하면 대학문화란 대학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창조되는 것으로 대학생의 창조적 발현이라 할 수 있다.

대학문화의 역사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독특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자연적으로 조국 통일을 지향한 민족 자주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70년대 중반이후 드러난 민족문화 부흥운동은 탈패 건설 등 우리것을 지켜내려는 문화사대주의와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에서 나타났다.
  당시 대학문화는 청바지와 장발, 미니스커트로 대표되는 대학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사회대중 문화에 적지않은 충격을 가하며 억압된 욕구를 분출하고자 하였고, 이후 80년 광주민중항쟁을 거치면서 반미자주화 문화를 형성하여 ‘민중문화’에 대한 지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 들어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기존의 사회, 정치적 업악에 대한 압박이 풀어졌고 민주화에 대한 공통된 문화지향이 모호해지면서 다원화된 문화가 대학주변부로 외화되기에 이르렀다.
  외화된 대학문화는 우리학교의 경우 압구궁동이라는 또다른 대학 문화 공간을 빌어 비디오방, 포켓볼, 락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금의, 90년대 대학문화는 더 이상 변혁운동의 주인이 되지 못하며 쏟아지는 자본의 소비구조 속에서 ‘나 하나만 즐기면 그만이다’라는 이기적인 향락노선을 그리게 되었다.
 
주체잃은 대중문화

  지난 4월에 치러진 총선은 정권지배권력을 재창출하기 위한 지지부대로서의 문화정책이 일관되게 펼쳐졌다. 문민개혁의 허구적 가면을 쓰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전해 나가는 언론문화, 대중문화가 득세 하였으며 어느 정도 먹혀들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민간차원의 대북 수해 지원과 남북월드컵 공동유치의 민족적 염원은 정권의 반통일 문화정책과 격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교육ㆍ문화 개방을 통해 침투된 미국의 사상문화적 침탈이 길을 열어 놓은 상태이며 이를 옹호하는 정권의 문화정책이 일관되고 있다.
  더욱이 ‘삶의 질’ 향상을 논하며 문화시대 즉 ‘양적문화’에서 ‘질적 문화’로의 진입을 선도하는 영상개방은 예술영화, 째즈, 뮤지컬 등의 이름으로 상품화되어 문화를 향유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함이 아닌 감상의 차원에서 행위자체를 전달받기만 하는 새로운 문화 흐름으로 득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비관적(?)인 문화정세속에서 대학문화 또한 방황을 거듭할 수 밖에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80년대를 거쳤던 격동적 대학문화운동의 주체들이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 모래시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최근의 장선우 감독의 꽃잎 등의 예술형태를 빌은 주제있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움직임속에서도 제국주의 문화의 침탈,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소비ㆍ향락적 문화, 분단을 고착하는 정권 세력을 위한 정부의 문화정책….

대학문화 운동관 정립

  위와 같은 현실적 상황속에서 ‘90년대 대학문화는 없다’ 라는 담론을 극복하고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현실에 대한 재공론화, 민족문화에 대한 인입 등을 통해 새로운 대학문화운동관 정립을 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대학문화 운동관에 대한 정립 작업은 다원화된 대학문화 외화 속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학생대중을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대학문화의 찬란했던 과거의 틀 속에서 구체적 모범과 정형을 찾아내는 어쩌면 ‘우물에서 슝늉 찾는 식’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기 대학문화 운동관에 대한 정립은 어떠해야 하는가?
  가장 커다란 원칙은 우리 것을 지키고 가꾸는 우리만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하면서도 무시되는 이 대명제를 전제로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문화정세를 인지해야 한다. 열강에 의해 갈라진 현실적 상황과 끊임없이 침투되는 제국주의 문화속에서 자주, 민족적인 문화를 형성해야 함은 말할 나위없다.
  이제는 대중문화에 끌려가는 대학문화가 아닌 대중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대학문화가 되어야 한다.
 
대학문화와 대중문화

  문화가 혁명의 시작이며 끝이라고 했던가?
  대학문화에 대한 주체성 부분은 항상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제기되던 이론적 수준에만 그쳤지 실천을 위한 몸부림을 얼마나 쳤는지 의문이다. 대학문화와 대중문화는 동 떨어 질 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말이다.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사회에서 변혁의 주체세력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로 판가름 나며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올바른 대학문화를 향유해 주체적 사회를 만들어 나감은 우리의 몫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게다.
  저항적 과거 대학문화로 돌아가자고 함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대중문화의 배타를 얘기함도 아니다. 자기만을 알고 자신만을 위한 문화에서 벗어나 대학문화 역사의 올바른 평가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금 새로운 문화관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마축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학인에 의한, 대학인다운 대동제를 만들어 뭔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우리다운’ 대학문화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작은, 아주 작은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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