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마당판

  위엄스러워 보이는 호랑이와 용이 그려져 있는 병풍을 뒤로 풍성한 고사 음식들이 그윽한 향 연기속에 놓여있다. 그리고 “댁내 가정에 행복과 만수무강을 빕니다”라며 엄숙하게 비나리가 시작된다. 그들이 그렇게 정성스럽게 기원해주니 꼭 그렇게 될 것만 같은 착각속에 빠진다.
  지난 9일 우송예술회관에서는 소리마당 풍물놀이의 ’96소리울림 공연이 있었다. 의외로 꽉찬 객석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젊은층 그리고, 중고등학생들과 심지어는 어린 꼬마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함께하는 흔하지 않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귀를 점점 열며 기울이니 네개의 장구가 박자, 강약, 리듬이 하나로 맞추어 내며 자아내는 소리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경쾌하고 흥겨우며, 가끔식 외쳐대는 연주자들의 ‘얼쑤’, ‘엇싸’하는 소리가 흥을 더 돋구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장구소리가 커지고 강약이 고조 되었을때 관객들은 박수소리와 함성을 함께 호응하려 하지만 연주자들은 “아직도 멀었다. 이 정도 가지고는 아직 아니다.”라는 듯 더 신이 나게 장구채로 요란하게 그것을 때려대었다. 그래서 혹시나 저러다가 장구채를 놓치거나, 장구가죽이 찢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괜한 노파심까지 앞섰다.
  징, 장구, 쇠(꽹과리), 북의 사물놀이가 연출되었을때는 장구만을 가지고 그럴때와는 달리 각기 뚜렷한, 그러나 절대 튀지않는 소리의 오묘함들이 가슴속에 전해왔다. 그렇게하기 까지에는 그들은 연주를 하는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중간중간 서로의 많은 눈웃음질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열기를 최고로 달아오르게 한 것은 역시 묘미 중의 묘미인 농약놀이였다. 한쪽 곁에서는 끊어질듯 이어지며 애절함을 표현하는 대평소가 울어대고, 제 마음껏 갖은 재주를 부리며 놀아대는 나머지 농악패들은 마치 귀엽고 앙증맞은 고양이들 처럼 신선했다.
  그러나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농악놀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것들은 그들도 일렬로 앉아서 ‘우리의 소리’를 들려주고, 관객들도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그렇게 듣는다는 것이 기분에 내키지 않는 것이었다. 밖에는 시원한 바람도 불고 있고, 별도 그리고 달도 떠있을텐데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소리를 듣다가 흥이 나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아무렇게나 뛰쳐 나갈 수 있는 그런 ‘마당극’이었으면 하고 아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게다.

육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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