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공동체 정신속에 잔치는 끝났다

  이번 5월은 16년전 산화한 광주민주화운동과 3월부터 정의를 위해 스스로 불사른 학생열사들를 추모하며 더욱 경건히 보내야 하는 특별한 시기이다. 이에 흥청망청 소비ㆍ향락적으로 흐르는 대학축제를 지양하고 열사의 뜻을 기리자는 뜻에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 정명기전남대ㆍ해양4군의 ‘대동제 폐지론’까지 제기되었다.
  이런 흐름속에서 우리학교는 ‘자주와 창조의 청년공동체’라는 기치로 청년의 삶으로 공동체의 삶과 민족의 운명을 바로잡고 개척하자는 지향점을 구축하였고 3일간의 잔치는 막을 내렸다. 그 성과와 오류는 무엇이며 처음의 취지와 어느정도 맞닥뜨려 졌는지 진행된 일정을 통해 알아보자.
  14일 열림의 날, 학내를 도는 풍물패의 개막을 알리는 길놀이로 백마축전 ’96은 시작하였다. 올해들어 처음 시도되었던 ’96청년일꾼 음악회는, YMCA 레크레이션강사인 이재걸씨의 재치있는 진행과 각과, 단과대 학생회장의 격의없는 노래와 춤솜씨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또한 과와 단대 구성원이 함께 응원하는 모습속에서 보인 단결은 ‘공동체’라는 주제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중간에 잠깐 열린 과대항 춤경연대회를 보면서, 학생들이 매우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감정표현을 하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진행된 대동놀이에서 다같이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하는 모습이 매우 좋았으나, 주변에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숫기없는 학생들도 끌어들여 함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엔 약2백명 정도 모였으나 2부가 한창일때는 1부때 “집안잔치하는 것 같아.”라고 말했던 한 학생의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민주광장과 근처의 잔디밭까지 앉아 있어, 개막제는 많은 호응과 좋은 분위기속에 마쳤다.
  15일 어울림의 날, 대동제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우리학교에서 완전히 자리잡은 갈고달리기는 공동체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좋은 행사였다. 그리고 동아리나 과별로 준비한 상설 전시공연 중 자주적 문학예술운동연합(이하 자문련)에서 주최한 전통놀이는 우리의 것을 찾아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행사였다. 특히 전통혼례식은 확실한 홍보와 준비가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점을 잘 보완해 연세대나 부산대처럼 매년 대동제때 진행되는 행사로 전통을 세우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 동아리인의 밤은 손울림, 트래콤의 축하공연과 동아리 가요제, 초청가수 장필순의 공연으로 잘 마쳤다.
  16일 하나됨의 날, 매년 대동제 때마다 엄청난 호응을 받는 낙농학과 우유마시기대회는 자대옆 잔디밭에서 진행되었고, 문화동 의대부터 대덕골 민주광장까지 있었던 ’96통일 백마마라톤은 갈고달리기와 마찬가지로 각과, 동아리의 단합심과 인내를 알 수 있는 행사였다. 91년에 학생들이 함께 동아줄을 삼아 그 줄로 줄다리기를 해 좋은 반응을 받았던 것을 올해에 부활시켰으나 준비미비로 잘 진행되지 못하였다. 새날을 여는 소리의 공연으로 시작된 폐막제는 신형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초청공연으로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마지막 일정에서 대동놀이를 안하고 영상을 보며 끝나 흐지부지한 폐막제가 되었다. 같은 시간에 영탑지에서 있었던 입큰개그리의 공연은 블랙홀의 초청과 노래, 춤 공연으로 약 9백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예전 대항문화로서의 대학문화와 대중문화가 혼재한 가운데 따로 노는 대동제가 되었다. 대학문화는 자본주의와 대중문화에서 벗어나 저항, 공동체 문화의 양산, 확산에 힘써야 한다는 것.
  무조건 대중문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젠 단결총화가 아닌 연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작년에 비해 좀 더 행사가 풍성했고 ‘류창선 학우 돕기’와 더불어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았다. 특히 우리의 전통놀이를 찾아 학생들을 주체적으로 참여를 이끌어낸 자문련의 활약이 총학생회 문화국보다 훨씬 컸다. 그러나 풍성한 외적분위기와는 달리 내적으로 자주강좌나 강연이 없이 행사 위주로만 일관되었다. 그나마 원리연구회에서 주최한 AIDS초청강연도 무산되어 이번 백마축전에는 단 하나의 강좌도 열리지 않았다. 물론 문원강당과 취봉홀을 자기 단과대 이외에는 개방하지 않겠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때문에 취소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은 지적받아야 한다. 기획거리전은 각 단위별로 준비한 것이 백마축전 준비위원회로 총화되지 못했고 위치또한 적당치 않아 과연 얼마나 학생들이 읽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동제 폐지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5ㆍ18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고, 대동제 마지막날은 고 노수석 학우의 49제임에도 불구하고 별 뜻없이 지나갔다. 제27대 총학생회 출범이 늦은 이유도 있겠지만 행사에 대한 고민과 전반적인 준비가 매우 미흡했다. 또한 대동제 일정이 학기초에 발표되었던 학사일정과 바뀌는 바람에 자연대, 농과대, 문과대가 단대 체육대회 예선과 겹쳐 잘 참여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점이었다.
  잔치는 끝났다. 예년에 비해 많은 부분 성과점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축제는 ‘대동’의 의미를 지니지는 못하는 듯 하다.
  대학 문화의 총집합체인 대동제. 올해의 성과점인 ‘류창선 학우 돕기’와 전통놀이 등을 발전 계승하며 타 학교처럼 정치사상의 거리제나 학자광장, 벼룩시장 등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토론회나 강연을 확실히 준비해 내적으로 충실하며 끝마무리도 깔끔한 백마축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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