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어디에?

  인간 중심적인 대학이 자가용이라는 기계 중심적 대학으로 바뀌고 있다. 지정된 주차공간은 이미 만원 상태이며 정문을 들어서서 도서관까지 펼쳐진 중앙로에도 자가용이 버젓이 주차되어 있다.
  대학내에 학생 소유 자가용이 들어오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따라서 대학가 골목은 두꺼운 전공서적이 있는 자가용 주차로 북적거릴 수 밖에 없었고 학생차량만을 통제함은 시대흐름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의견으로 학생들도 떳떳이 자가용을 끌고 학교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타대학에 비해 학내공간이 넓을 뿐 아니라 국립대라는 특수성으로 비교적 개인 소유 자가용이 없던 우리학교도 어느 순간 학내에 주차선이 그어지고 횡단보도선이 그려졌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을 무조건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자기차가 있는데도 단지 대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라는 것은 빠르고 좀더 능률적인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막히고 짜증나는 대중교통보다는 자기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학업 열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길거리에 버리는 많은 시간을 아껴 활용할 수 있어 자기 발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음이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무질서하며 자기만을 생각하는 우리의 ‘자동차문화’.
  자동차 문화란 자가용을 이용한 레져, 오락, 자가용꾸미기, 등ㆍ하교, 주차장 이용문화 등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문화가 너무 개인적이지는 않은지, 자신의 편리함만을 위해 걸어다니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는 않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등하교 뿐만 아니라 학내에서 짧은 거리임에도 움직일때마다 차를 이용하거나 거침없이 크랙션을 눌러대곤 한다. 또 사대주의의 표상인 영어문구 스티커 부착, 형형색색의 요란한 내부 장식, 창문을 열어놓은 채로 거리낌없이 틀어대는 대중가요 등…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우리가 이용하는 자동차 문화의 실상이다.
  며칠전부터 학내에 ‘교통지킴이’가 차량통제를 하고 있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차량통제를 다른 사람이 대신해야 한다는 것은 대학에 다니는 지성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날로 늘어만 가는 자가용. 자꾸만 사라지는 우리의 자리….
  대학이 누구를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하며 어떻게 이용되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자. 2천년이 되기 전에 대학내에 신호등이 설치되고 교통순경이 상주한다면, 이것도 시대적 흐름에 의한 당연한 결과일까?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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