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아픔은 나의 아픔"

 꽃동네 사람들의 표정은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들을 버린 사회에 대한 서러움을 담은  얼굴, 하나는 이제 신의 사랑과 세상의 따뜻한 부분을 느끼며 순화되어 가는 얼굴이다.

 “할머니 왜 옷을 벗고 계세요” 기저귀 갈아 드려요? “자원 봉사단의 상냥한 물음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1. 소변 묻은 것, 일반 옷. 2 .대변묻은 것, 3. 버선, 양말, 4. 고무표라는 세탁분류표가 붙어 있는 구원의 집 4층, 복도에는 마침 휴식시간이라 방에서 나와 쉬고 계신 할머니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수족이나 허리 부분이 불편하여 화장실에 가는 것도 온 몸을 다해서 기어가기도 힘든 사람이 대부분인데다 그나마 자신의 옷을 스스로 갈아입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사랑의 집, 부랑인 시설, 정신병 요양원, 결핵 요양원, 노인 요양원, 알콜 중독자 요양원,  인곡 자애 병원, 심신 장애 요양원, 천사의 집 등의 건물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는 이 곳 꽃동네는 2천여명의 가족과 더불어 그들을 돌보는 2백여명의 봉사자와 2백여명의 수도자가 이 곳을 일구어 가고 있다.
 꽃동네가족 중 노인이 대부분인 이 건물의 이름은 ‘구원의 집’이다. 이집의 옥순 할머니는 "이 방에 자두 되오?" 라고 묻는 것이 습관이란다. 이 얘기를 건네는 구원의 집 4층 담당자는 길거리로 이 곳, 저 곳 떠돌아다니면서 생긴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나보다며 말한다.
 평생 시장 바닥에서 힘든 일만 하다가 오는 사람, 구걸만 하다 오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사회에 만연하는 인명 경시사상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여기 온 뒤로 자식얘기라곤 한번도 하지 않던 할머니가 임종직전에 그리움에 시갈려 임종직전에 부른 아들 3형제가 죄다 의사에 교수의 위치에 있던 경우도 있고, 실지로 어머니가 치매현상이나 중풍을 보이면 버리러 오는 사람들이 자꾸 증가한다는 얘기를 듣자니 착잡한 기분이다.
 그래서 2천명의 꽃동네 가족들의 얼굴에는 보통 두 가지 표정이 녹아 있다.
 하나는 수족을 못쓰고 사람들의 보살핌과 사랑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버린 이사회에 대한 서러움과 애환이다. 나머지 하나는 이곳에서 자신을 찾아 주는 사람들의 도움을 고마워 하고 “나도 신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라고 느끼며 살으로 드러내는 표정이다.
 꽃동네 건물 곳곳에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라는 말이 붙어있다. 사실 오늘의 꽃동네가 생기게 된 유래는 최귀동 할아버지라는 한 걸인이었다고 한다. 충북 음성 부자집에서 태어났다가 전쟁으로 집안이 풍지박산이 나고 걸인이 된 그는 얻어먹는 처지에서도 자기보다 못한 걸인들을 오히려 보살폈다고 한다. 이런 삶이 오웅진 신무님의 마음을 감화시켰고 꽃동네의 근간을 이루는 생각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끼고 도와줄 수 있는 한 도와주고 사랑하는 모습은 현재까지 이 꽃동네에 곳곳에 퍼져 있는 향기이다.
 얻어먹을 수 있는 은총에 감사할 줄 아는 자가 세상에 대한 원망과 원망이나 회한이 있을까?
 오늘도 세상은 살인자와 부모 버리는 자, 성적으로 외모로 돈으로 비관하여 자살하는 자를 끌어안고 묵묵히 돌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작은일에 감사하고, 같이 호흡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세상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아 일구어 가려는 노력이 아닐까?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작은 일에 감사하고 같이 호흡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세상의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 그렇게 일구어 가려는 노력이 아닐까?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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